11월14일은 세계 당뇨의 날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당뇨병연맹(IDF)은 당뇨병의 위험을 알리고 환자들이 잘 관리하도록 돕기 위해 당뇨의 날을 제정했다. 당뇨병은 혈액 속 포도당 농도가 높아져 소변과 함께 배출되는 질환이다. 포도당은 탄수화물의 기본 성분이다.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위장에서 포도당으로 바뀐 뒤 혈액으로 흡수된다. 이렇게 흡수된 포도당이 세포에서 작용하려면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이 필요하다. 인슐린이 모자라거나 성능이 떨어지면 포도당이 혈액에 쌓인다. 지난해 기준 국내 의료기관을 찾아 당뇨병 진단을 받은 환자는 250만 명을 넘어섰다. 치료받지 않는 환자까지 포함하면 국내 당뇨 환자는 5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30세 이상 성인 7명 중 1명이 당뇨병을 앓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당뇨병은 중년 이후에 주로 생기는 질환이지만 젊다고 방심해선 안 된다.

부모 모두 당뇨병이면 자녀에 생길 확률 30%


당뇨병의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한다. 부모가 모두 당뇨병이면 자녀에게 당뇨병이 생길 확률은 30% 정도다. 한쪽 부모만 당뇨병일 때는 15% 정도 비율로 자녀에게도 당뇨병이 생긴다. 부모와 자녀는 같은 식습관을 공유한다. 유전적 요인은 물론 환경적 요인의 영향도 크다.

대표적 환경 요인은 비만이다. 비만하면 인슐린을 더 많이 필요로 한다. 이 때문에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이 과부하 상태가 되고 자연히 인슐린 기능이 떨어져 당뇨병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대개 성인 당뇨병이라고 부르는 2형 당뇨병이다. 이 때문에 비만을 유발하는 모든 생활습관은 당뇨병의 위험 요인이다. 운동을 많이 하지 않으면 살이 찌고 근육량이 부족해진다. 당뇨병 위험은 높아진다.

스트레스도 당뇨병의 원인 중 하나다. 스트레스를 오랫동안 많이 받으면 부신피질 호르몬 분비가 늘어난다. 이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져 당뇨병 위험이 커진다. 인슐린과 글루카곤 호르몬에 문제가 있어도 당뇨병이 생긴다. 소화기에 염증이 있으면 면역력과 당 대사 능력이 떨어져 당뇨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평소 복용하는 약 때문에 당뇨병이 생기기도 한다. 부신피질 호르몬제, 이뇨제, 경구용 피임약, 소염진통제, 갑상샘 호르몬제 등을 오래 사용하면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위 절제수술을 받은 뒤 당 대사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강선미 대전선병원 내분비내과 과장은 “위 절제수술을 받은 사람 중 비만 등 당뇨병 위험 인자가 있는 사람은 혈당 변화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했다.

다음·다뇨·다식·체중감소 등이 대표 증상

당뇨병이 생기면 갈증이 심해져 물을 많이 자주 마시는 다음(多飮), 소변을 자주 보는 다뇨(多尿), 허기 때문에 음식을 자주 많이 먹는 다식(多食) 등의 증상을 호소한다. 피로감을 느끼고 별다른 이유 없이 체중이 줄어드는 것도 당뇨병의 증상이다. 이 같은 증상이 있으면 혈당검사를 한다. 8시간 동안 열량을 섭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재는 공복 혈당이 126㎎/dL 이상이거나 식후 2시간 혈당이 200㎎/dL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표준 포도당 부하검사도 당뇨 진단에 활용한다. 아침 공복에 피를 뽑은 뒤 포도당 75g을 먹고 1시간 뒤와 2시간 뒤 각각 혈당을 잰다. 2시간 뒤 혈당이 200㎎/dL을 넘으면 당뇨병이다. 최근 2~3개월간 평균 혈당을 알아보는 당화혈색소 검사에서 수치가 6.5%를 넘어도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갑작스러운 식습관이나 배뇨 습관 변화가 당뇨병의 대표 증상이지만 아무런 증상이 없는 환자도 있다. 따라서 당뇨 고위험군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40세 이상이고 비만한 사람, 가족이나 가까운 친척 중 당뇨병이 있는 사람, 다뇨 다음 다식 갈증 피로감 체중감소 등이 있는 사람은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고혈압 췌장염 내분비질환 담석증 등을 앓고 있는 환자도 마찬가지다.

당뇨 치료 기본은 식단조절, 운동

2형 당뇨병은 초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식단을 조절하거나 근육을 키우는 운동만으로도 증상이 좋아진다. 혈당수치가 잘 조절되지 않으면 약을 먹는다. 혈당을 떨어뜨리는 약을 처음 복용하고 이 약으로도 혈당 수치가 회복되지 않으면 인슐린 주사제를 사용해야 한다. 약물 치료를 하면서 식단을 조절하고 운동해야 한다.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도 운동과 식습관 관리가 중요하다. 당뇨병이 있으면 혈관이 망가지기 쉽다. 이 때문에 심장마비, 뇌졸중, 황반변성, 당뇨발, 신장질환 등 다양한 합병증이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 몸속 지방을 줄이기 위해 근육을 키우는 운동을 해야 한다. 운동 효과는 1~3일 정도 지속된다. 최소 2~3일마다 운동해야 하는 이유다. 하루 30~40분 정도, 1주일에 3~5번, 한 주에 150분 정도는 채워야 한다. 다만 당뇨병 환자들은 운동을 선택할 때 주의해야 한다. 당뇨병성 망막질환이 있으면 힘을 지나치게 쓰는 운동은 삼가는 게 좋다. 출혈이나 망막박리가 생길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신장 합병증이 있는 사람도 격렬한 운동은 피해야 한다.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이 있으면 발을 보호하기 위해 체중이 지나치게 실리는 운동을 삼가는 게 좋다.

당뇨병 환자는 운동 중 저혈당에 빠질 위험이 있다. 사탕, 초콜릿 등을 항상 소지하고 다녀야 한다. 운동 전 혈당이 100㎎/dL 이하로 낮으면 탄수화물이 든 간식을 미리 먹는 것이 좋다. 추운 날 운동하면 흘린 땀이 급격히 식고 혈압이 올라가면서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아진다. 가급적 실내운동을 하는 등 체온관리에 신경써야 한다.

식단 구성도 중요하다. 신장질환이 없다면 단백질은 전체 칼로리 섭취량의 10~20% 정도가 되도록 한다. 콜레스테롤은 전체 칼로리 양의 10%를 넘지 않도록 하고 과일은 적당량 먹는다. 쌀밥 대신 당이 느리게 흡수되는 보리밥을 먹는 당뇨병 환자가 많다. 보리밥도 당질 식품이기 때문에 많이 먹으면 안 된다. 쌀밥과 같은 양을 먹어야 한다. 당뇨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토마토도 마찬가지다. 당질이 높기 때문에 작은 크기 2개 정도(350g)만 먹는 게 적당하다. 설탕 대신 꿀로 단맛을 내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정은임 순천향대 부천병원 임상영양사는 “꿀은 과당으로 이뤄져 천천히 혈당을 올리지만 열량은 설탕과 같다”고 했다.

bluesky@hankyung.com

도움말=강선미 대전선병원 내분비내과 과장, 정은임 순천향대 부천병원 임상영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