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 투어 2년차 안병훈(27·사진)은 지난 시즌 260만달러(약 30억원)를 벌었다. 준우승 두 번 등 ‘톱10’에 네 번 들어갔다. 92위에 머물렀던 세계 랭킹도 46위로 껑충 뛰어 올랐다.

아쉬움은 여전하다. 유럽 투어에선 일찌감치 메이저 챔피언에 올랐지만 미국 무대에선 아직 첫 승도 신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즌 내내 그를 괴롭힌 게 퍼팅이다. 퍼팅이 타수에 기여한 지수(스트로크 게인드 퍼팅)가 투어 전체 선수 가운데 161위다. 드라이버 비거리 18위(308야드), 그린 적중률 50위(68.62%)에 비하면 한참 뒤처지는 순위다.

그는 분위기 전환을 위해 2018~2019시즌부터 집게그립으로 퍼팅 그립을 바꿨다. 미국 투어에서 잠시 벗어나 호주 투어에 출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15일 호주 시드니의 더 레이크 골프코스(파72·6908야드)에서 개막한 제103회 에미레이트 호주오픈(총상금 125만달러)에 안병훈은 가벼운 마음으로 출전했지만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5언더파 단독 선두로 1라운드를 마친 안병훈은 16일 이어진 2라운드에서도 3타를 덜어내 이틀 내내 선두(8언더파)를 질주했다.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홀인원을 터뜨리는 행운도 따랐다. 180m짜리 15번홀에서 맞바람을 안고 친 샷이 홀 왼쪽 1m 부근에 떨어진 뒤 백스핀을 먹고 홀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