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견제 러시아 우려 고려한 발언…러-일 영토문제 해결 박차
크렘린 "미-일 동맹 의무, 러-일 평화조약 체결 논의서 아주 중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양국 영유권 분쟁 지역의 일부가 일본에 반환될 경우 해당 지역에 미군 기지를 두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아사히 신문이 16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문제와 관련, 1950년대 소·일 공동선언에 근거해 2개 섬을 반환받더라도 미-일 안보조약에 근거해 이곳에 미군 기지를 설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의사를 푸틴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아사히 신문 보도에 대해 논평해 달라는 기자들의 요청에 "평화조약과 관련한 이 대화는 두 정상이 단독으로 진행했다"면서 앞서 싱가포르 러-일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음을 시사했다.

페스코프는 "일본의 (미국과의) 동맹 의무 주제는 (러-일) 평화조약 문제 논의에서 아주 중요하다"면서 "일본은 동맹 의무를 지고 있으며 이 주제는 실제로 (러-일 협상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베, 푸틴에 "쿠릴 2개섬 넘겨받아도 미군기지 안 둔다"
안보조약에 따라 미국과 동맹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이 자국 내에 미군 주둔을 허용하고 있는 상황이 러-일 평화조약 체결에서 중요한 고려사항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페스코프는 이 문제와 관련한 정상들의 상세한 논의 내용은 공개하길 거부했다.

아베 총리와 푸틴 대통령은 지난 14일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1956년 서명된 '소·일 공동선언'에 기초해 평화조약 체결 협상을 가속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1956년 10월 당시 소련과 일본은 모스크바에서 제2차 세계대전 관련 양국 간 전쟁 상황을 종식하고 외교 관계를 복원하는 내용을 담은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이 선언 9조에서 소련은 양국 간에 평화조약이 체결된 뒤에 인도가 이루어진다는 조건을 달아 시코탄과 하보마이 등 2개 섬을 일본에 양도하는 데 합의했다.

공동선언은 같은 해 12월 양국에 의해 비준됐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1960년 미-일 신안보조약이 체결된 데 대한 응징으로 소련은 쿠릴 섬 반환 합의를 무효로 했다.

1960년 소련 내각 기록문에는 일본에서 모든 외국 군대가 철수할 경우에만 섬 반환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일본 내에서도 4개 섬 일괄 반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소·일 공동선언 이행은 결국 흐지부지됐다.
아베, 푸틴에 "쿠릴 2개섬 넘겨받아도 미군기지 안 둔다"
이후 푸틴 대통령과 아베 총리 협상에서 2개섬 우선 반환론이 다시 거론되기 시작했다.

앞서 14일 싱가포르에서 이루어진 러일 정상회담 이후 일본에서는 그동안 쿠릴 4개 섬의 일괄 반환을 요구해 온 아베 총리가 '2개 섬 우선 반환'으로 입장을 선회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와 관련 2016년 아베 총리의 측근인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국가안전보장국장이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국가안보실장 격)를 만난 자리에서 소·일 공동선언 이행 시 해당 지역 내 미군기지 설치 여부에 관한 질문에 "(설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면서 양국 간 영토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아베 총리는 이후 푸틴 대통령에게 쿠릴 2개 섬이 반환돼도 미군기지를 설치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사를 전했으며, 야치 국장도 이러한 의향을 러시아 측에 전달했다.

쿠릴 열도에 미군 기지를 배치하지 않겠다는 일본의 약속은 미국을 견제하는 푸틴 대통령의 우려를 줄이고 현실적으로 2개 섬의 우선 반환을 추진하겠다는 의도지만 미국이 일본의 이러한 입장에 전면적으로 협력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아사히는 지적했다.

일본은 러시아와 협상을 진행하는 한편 미국과도 구체적 대응에 관해 논의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산케이신문은 아베 총리가 내년 6월 오사카(大阪)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에 푸틴 대통령과 영토문제와 평화조약 체결에 대해 큰 틀에서 합의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