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금강산이 최근 한반도 평화 무드에 따른 남북 교류의 장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금강산관광의 '조건부 정상화'가 합의된 데 이어 이달 들어서만 벌써 두 차례나 금강산에서 남북공동행사가 열리는 등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어서다.
특히 남북이 이달 중에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적십자회담을 금강산에서 개최하자는 것에도 합의한 터여서 금강산을 무대로 한 대화와 교류는 상황에 따라 민간을 넘어 남북 당국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과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아태)가 18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개최하는 금강산관광 20주년 기념식과 축하공연은 이달 들어 금강산 현지에서 열리는 두 번째 남북 공동행사다.
특히 현직 여야 국회의원 6명과 전 장관 4명을 비롯해 종교계, 재계 관계자 등도 수십명 방북해 민간 행사로는 상당한 규모다.
앞서 지난 3∼4일에는 남측 민족화해협력 범국민협의회(민화협)과 북측 민족화해협의회가 금강산에서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 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 민화협 연대 및 상봉대회'를 열었다.
금강산관광 시작을 기념하는 현대그룹과 북한 아태 행사는 4년 만에, 남북 민화협 행사는 10년 만에 각각 열렸다는 점에서 이를 계기로 여러 분야의 교류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방남 중인 리종혁 아태 부위원장은 지난 15일 만나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얘기는 물론 백두산관광이 실현됐으면 좋겠다는 대화를 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었다.
북한의 금강산국제여행사 사이트인 '금강산'은 이달 초 강원도 고성군 온정리에 대규모 워터파크인 '금강산수용관'을 건설할 계획이라며 투자 유치에 나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금강산관광 재개는 현대그룹의 바람과는 달리 현실적으로 당장은 쉽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유효한 데다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 협상도 당초 기대와는 달리 난항을 거듭하고 있고, 설령 돌파구를 찾는다고 해도 무려 10년간 중단되면서 준비에도 상당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통일부 당국자가 이번 현대그룹 행사와 관련해 "사업자 차원의 순수 기념행사로, 금강산관광 재개와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은 것도 이런 배경을 염두에 둔 것으로 여겨진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금강산은 민간 차원의 본격적인 남북교류 확대를 이끌었으며, 이를 통해 남북 신뢰 구축에 결정적이 기여를 했다"면서 "10년간 관광이 중단되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역사적 소명의식을 갖고 묵묵히 준비해온 만큼 조속히 정상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