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휴전이냐, 확전이냐…'G2 담판'에 韓 경제 달렸다
이달 말 아르헨티나에서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다. 구속력과 이행력이 없는 국제협의체인 G20 정상회의 결과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 회담에서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다. 세계와 한국 경제 앞날을 가를 정도로 중요한 만큼 ‘G20 트럼프·시진핑 회담’이라 부른다.

미·중 간 무역마찰이 발생한 지 벌써 2년이 다 돼 간다. 지금까지 나타난 결과로만 본다면 당사국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 측면에서도 모두가 패자다. 주도국인 미국은 나라 안팎의 비난을 무릅쓰고 달러 약세, 보복관세, 첨단기술 견제 등을 동원해 중국과의 무역적자를 줄이려고 노력해왔지만 오히려 확대되는 추세다.

2차 대전 이후 최장으로 기대됐던 미국 경기의 성장 국면도 꺾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 2분기 4.2%를 정점으로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내년 성장률을 3% 밑으로 내려 잡고 있다. 중국과의 무역마찰이 길어지면서 부메랑 역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휴전이냐, 확전이냐…'G2 담판'에 韓 경제 달렸다
중국 경제는 더 문제다. 올 들어 상하이종합지수가 30% 가까이 급락했다. 지난 2월 초 달러당 6.2위안 선까지 올랐던 위안화 가치도 6.9위안대로 떨어졌다. 상반기까지 올해 성장률 목표(6.5~7.0%)를 지켰던 실물경기도 4분기에는 6.2%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될 만큼 심상치 않다. 경착륙과 중진국 함정, 금융위기 가능성이 동시에 거론되고 있다.

세계 경기도 2009년 2분기 이후 10년 동안 지속돼온 회복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미·중 간 마찰이 지속되면서 세계 가치사슬(GVC: global value chain)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GVC란 ‘기업 간 무역(inter firm trade)’과 ‘기업 내 무역(intra firm trade)’으로 대변되는 국제 분업 체계를 말한다.

GVC 붕괴 조짐은 세계와 한국 경제 앞날에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됐던 1990년대 이후 세계교역 증가율과 GVC 간 상관계수를 추정해 보면 0.85에 이를 만큼 높게 나온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세계교역 탄성치(세계교역 증가율÷세계경제 성장률)에 GVC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내년을 앞두고 세계 경기의 장기 호황 국면이 끝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관론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IMF 세계은행(World Bank)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세계 3대 예측기관은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는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2.3%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증시도 하락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미·중 무역마찰의 앞날에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공존한다. 전자는 트럼프의 압력에 궁극적으로는 시진핑이 굴복할 것이라는 ‘중국판 삼전도 굴욕’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한 번 승기를 잡으면 밀어붙이는 트럼프의 협상 방식을 감안하면 미국이 의도대로 중국과의 무역협상을 주도해 나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후자는 현 상황에서 크게 변할 것이 없다는 시각이다. 세계 경제 주도권 싸움은 그 자체가 타결 혹은 합의와는 거리가 먼 이분법(dichotomy) 문제다. 양국 간 경제발전 단계 차이가 커 어떤 방식을 동원한다 하더라도 미국의 대(對)중국 무역적자가 줄어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근거에서다.

양극단론 속에 절충점은 없는가. 미국에서는 ‘트럼프 리스크’에 대한 피로로 중간선거에서 하원의 다수당을 민주당에 넘겨주는 등 실질적으로 공화당이 패배했다. 중국에서도 미국과의 무역마찰 충격이 커지면서 시진핑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장기집권 체제를 재구축해야 할 시진핑 모두 절충점 마련이 절실하다.

G20 회의를 앞두고 절충점 마련과 관련해 네 가지 시나리오가 나온다. △미·중 무역마찰 극적 타결(15%) △트럼프 양보 속 미완성 봉합(30%) △시진핑 양보 속 미완성 봉합(40%) △미·중 무역전쟁으로 악화(15%). 최상과 최악의 시나리오를 제외한다면 두 정상 중 어느 한 사람, 특히 시진핑 국가주석이 양보해야 타결될 수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번 회담에서 타결된다 하더라도 세계경제 주도권 다툼과 국익 추구라는 국제관계 속성상 언제든지 다시 불거질 수 있는 미완성 봉합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점이다. ‘과연 시진핑 국가주석이 양보할 수 있을까.’ G20 회의가 다가올수록 세계인의 관심이 이 대목에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