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서 법안 통과 힘들수도
지난 12일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이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이 당론 발의한 데다 여야 이견이 적어 무난한 통과가 예상됐던 법안이다.
하지만 한국당이 “법안의 신중한 심사”를 주장하며 논의가 한 차례 지연됐다. 15일 열린 교육위 전체회의에서도 양당은 법안이 통과되지 않은 원인을 두고 ‘네 탓 공방’을 벌였다. 한국당 간사인 김한표 의원은 “박 의원이 본인 뜻대로 안 된다고 야당을 조롱하고 ‘한국당 의원들이 한유총의 로비를 받았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하다”며 회의 불참을 선언했다.
상임위 법안처리 전망이 안갯속에 빠진 사이 한국당 지도부 ‘투톱’조차 서로 엇갈린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0일 “박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중요한 일을 했다”면서도 “(법안 통과 이전에)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자율정화 체계를 강화해주는 일이 필요하다. 국가가 감독과 통제를 독점하거나 주도해서는 안 된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같은 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출산주도성장’을 내세우며 국가 주도의 보육정책 강화를 주장했다. 국공립 유치원 증설 등에는 한국당도 크게 반대하지 않는 입장이다.
한국당 일각에서는 “사립유치원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해선 안 된다”며 법안 통과에 반대하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홍문종 의원은 14일 한유총과 공동으로 국회에서 ‘사립유치원 이대로 지속가능한가’란 주제의 토론회를 열고 “법이 문제지 여러분이 잘못한 게 뭐가 있느냐”고 발언해 참석한 한유총 회원들의 박수를 받았다.
여론에 힘입어 무난한 처리가 예상됐던 유치원 3법이 한국당 반대로 연내 정기국회 처리가 점차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박용진 3법’이라는 별칭에 한국당이 정서적 거부감이 있는 데다 책임공방을 둘러싼 감정싸움까지 겹쳐 연내 처리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그동안 보수 진영이 조세, 기업정책 등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내왔지만 복지·육아 등 분야에서는 제대로 된 담론을 형성하지 못한 탓에 혼선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