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여당 등을 비난해 논란이 된 트위터 계정 ‘혜경궁 김씨 ’의 소유주가 이재명 경기지사의 부인 김혜경 씨라는 경찰 수사 결과가 나왔다. 왼쪽은 이 지사가 지난달 ‘여배우 스캔들’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성남 분당경찰서에 출석했을 때 모습. 오른쪽은 김씨가 이달 2일 ‘혜경궁 김씨’ 관련 피고발인 신분으로 수원 경기 남부지방경찰청에 들어서는 모습.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 등을 비난해 논란이 된 트위터 계정 ‘혜경궁 김씨 ’의 소유주가 이재명 경기지사의 부인 김혜경 씨라는 경찰 수사 결과가 나왔다. 왼쪽은 이 지사가 지난달 ‘여배우 스캔들’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성남 분당경찰서에 출석했을 때 모습. 오른쪽은 김씨가 이달 2일 ‘혜경궁 김씨’ 관련 피고발인 신분으로 수원 경기 남부지방경찰청에 들어서는 모습. /연합뉴스
‘혜경궁 김씨’를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경찰이 트위터 계정 혜경궁 김씨가 이재명 경기지사의 부인 김혜경 씨라고 판단해 19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기기로 함에 따라 정치적 파장이 거세게 일어서다.

더불어민주당은 “사법부 판단을 지켜보자”면서도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여당 일각에선 “진위를 판단하기까지 시일이 걸리는데 지지층 내 ‘반(反)이재명’ 측에선 출당 등의 조치를 요구할 수 있어 진퇴양난”이라고 전했다.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이 지사의 대국민 사과와 사퇴를 촉구하며 고삐를 조이고 있다.

경찰-이재명 측 수사 결과 놓고 대립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및 명예훼손) 혐의로 입건한 이 지사의 부인 김씨를 19일 수원지방검찰청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라고 18일 발표했다. 이 지사는 경찰 수사에 즉각 반발했다. ‘정치 수사’ ‘허접하다’는 표현까지 동원했다. 경찰이 전적으로 추론에 근거해 계정 소유주를 지목했을 뿐 아니라 김씨에게 유리한 내용은 배제하는 일방적 수사를 했다는 게 이 지사의 반박이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올해 4월 경기지사 민주당 예비후보 경선 과정에서 ‘정의를 위하여’라는 닉네임의 트위터 계정(@08__hkkim)을 사용해 ‘전해철 전 예비후보가 자유한국당과 손잡았다’는 등의 허위사실을 유포했다. 경찰이 제시한 ‘스모킹건’은 △김씨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인 카카오스토리와 논란의 트위터 계정이 비슷한 시간대에 같은 사진을 올렸다는 점 △김씨가 휴대폰 기종을 바꾼 시점과 해당 트위터의 작성 시 휴대폰 기종 표시가 달라진 시점이 같은 것 △해당 트위터 아이디의 이메일 계정이 김씨 것인 점 등이다.

이에 대해 이 지사 측은 김씨의 카카오스토리 계정을 알고 있는 제3자가 사진을 저장해 김씨의 계정에 올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휴대폰 변경 시기가 일치하는 것도 직접 증거는 되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해당 트위터 아이디가 사용했다는 이메일 계정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비서실에서 공용으로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이 간접증거만 갖고 소유주를 특정했다는 지적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특정 SNS 계정의 명예훼손이나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를 밝히는 데는 해당 계정의 소유주가 핵심이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유죄 여부를 판단하는 형사재판에서는 엄격한 입증을 요구한다”며 “경찰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소유주를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무리 낮은 확률의 우연이라 해도 유죄의 핵심 요건에 대한 법적 증명은 상식적 판단과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형사사건 전문 변호사는 “법을 잘 아는 이 지사를 상대해야 하는 경찰이 또 다른 스모킹건을 준비해두지 않았겠느냐”고 내다봤다.

민주당 ‘진퇴양난’, 야당은 ‘사퇴 공세’

정치권에선 사건의 정치적 파괴력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 수사가 사실로 드러나면 ‘친형 강제 감금 의혹’ ‘여배우 불륜설’ 등 이 지사와 연루된 다른 의혹들보다 훨씬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어서다. 특히 혜경궁 김씨 계정이 그동안 올린 글의 상당수가 노무현·문재인 대통령과 세월호 유족을 겨냥한 패륜적 내용이어서 사실로 드러나면 이 지사에게 치명상이 될 수 있다.

다만 경찰이 트위터 본사의 협조 없이 정황수사만으로 기소결정을 내린 만큼 공식적인 입장에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게 민주당의 판단이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당헌 당규상 본인이 혐의를 부인하면 사법부 판단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당내에선 ‘사실이라면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나 법정에서 실제 진위를 가리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는 게 문제다.

이날 트위터를 통해 “혜경궁 김씨가 김혜경 씨라면 이 지사는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 하지만 이 지사가 억울해하는 만큼 법정에서 밝혀질 때까지 기다리는 게 옳다”고 밝힌 표창원 의원 글이 당내 일반적 정서다. 다만 이 지사를 둘러싼 여권 지지층 간 분열이 심해지고 있는 게 지도부의 고민이다.

지난 경기지사 경선 과정에서 심화된 친문 지지층 내 ‘안티 이재명’ 정서가 이제는 수습 불가능한 수준에 달했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당 일각에선 “당의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이 지사가 자진 탈당한 뒤 진위가 가려진 뒤 복당하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정면돌파’를 선호하는 이 지사의 성격상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다.

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은 경찰 발표 이후 비판 논평을 내고 이 지사를 정조준했다. 송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사실이면 이 지사와 민주당은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은 “이 지사가 거취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으며 민주평화당은 “혜경궁 홍씨는 한중록을 남기고, 혜경궁 김씨는 트위터를 남겼다”며 이 지사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김형호/윤상연/고윤상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