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業)의 본질' 화두 던진 구광모…LG 대변화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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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회의서 사업 근본 파고들어
확 달라진 사업보고회
실적 점검·사업계획 논의 대신 주력 사업 강점·장점 주로 따져
발표보단 경영진 토론 위주로
실리콘밸리 문화 이식하나
미국 생활 오래한 구 회장, '회장' 아닌 '대표'로 불리길 원해
이달 말 임원인사 폭 놓고 관심
확 달라진 사업보고회
실적 점검·사업계획 논의 대신 주력 사업 강점·장점 주로 따져
발표보단 경영진 토론 위주로
실리콘밸리 문화 이식하나
미국 생활 오래한 구 회장, '회장' 아닌 '대표'로 불리길 원해
이달 말 임원인사 폭 놓고 관심
“업(業)의 본질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달 29일 LG화학 사업보고회에서 경영진에게 ‘툭’ 던진 화두다. 사업보고회는 지주사인 (주)LG와 LG그룹 계열사의 핵심 경영진이 매년 상·하반기에 한 번씩 하는 그룹 경영전략회의다. 지난 6월 취임한 구 회장이 계열사 경영진과 머리를 맞대는 첫 공식 회의여서 시작 전부터 관심을 끌었다. ‘의례적인 덕담’을 기대했던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은 구 회장의 예상치 못한 질문에 적잖이 당황해했다는 후문이다. 40대 총수 주재 회의 어떻길래
18일 LG그룹과 재계에 따르면 구 회장이 주재한 LG그룹 사업보고회가 LG그룹뿐 아니라 다른 그룹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만 40세’ 젊은 총수에게 걸맞은 혁신과 변화의 기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29일 시작된 LG그룹 사업보고회는 20일 마무리된다. LG화학을 시작으로 LG생활건강,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주력 계열사들이 이미 사업보고회를 끝냈다. 구 회장이 주재한 첫 사업보고회는 회의 방식뿐 아니라 내용도 과거와 확 달라 계열사 CEO들의 예상을 뒤집었다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LG그룹 사업보고회는 연말 정기 인사를 앞두고 그해 실적을 점검하고 이듬해 사업 계획을 논의하는 자리다. 하지만 이번 보고회에선 실적보다 현재 주력 사업의 강점과 약점들이 대화 주제가 됐다. 계열사들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추진하는 사업의 리스크(위험)도 면밀하게 따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사업이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보고회 때 OLED 패널과 TV의 근본적인 장단점에 대한 논의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사업보고회 형식도 바뀌었다. 종전엔 경영진 발표가 주를 이뤘고 문답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사업보고회 때는 발표 내용보다 경영진 간 토론이 주가 됐다. 구 회장이 사업의 근본을 파고드는 예리한 질문을 던져 CEO들이 깜짝 놀랐다는 전언이다. 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구 회장이 미래 먹거리산업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IT 문화 확산되나
‘구광모 스타일’이 서서히 외부로 알려지면서 앞으로 LG그룹의 변화가 당초 예상보다 클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LG화학의 사업보고회 직후 CEO인 박진수 부회장을 전격 교체하고 후임에 신학철 미국 3M 수석부회장을 내정한 것도 과거 LG그룹에선 보지 못한 ‘혁신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 부회장은 LG화학이 창립 71년 만에 맞는 첫 외부 출신 CEO다.
그룹 전반에 미국 실리콘밸리의 혁신 정보기술(IT) 기업 문화가 퍼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에서 학부(로체스터공과대)를 마친 뒤 현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거쳐 LG전자 미국 뉴저지법인과 실리콘밸리에서 근무한 구 회장의 경력 때문이다. 구 회장 자신이 ‘회장’이 아니라 ‘대표’라고 불리기를 원하는 것도 직위보다 직무를 중시하는 실리콘밸리식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그룹 안팎에선 이달 말로 예정된 그룹 임원 인사가 구 회장의 경영 혁신 속도를 가늠할 잣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인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부회장단 4명(차석용 LG생활건강,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조성진 LG전자,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에 대한 교체 폭이 얼마나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달 29일 LG화학 사업보고회에서 경영진에게 ‘툭’ 던진 화두다. 사업보고회는 지주사인 (주)LG와 LG그룹 계열사의 핵심 경영진이 매년 상·하반기에 한 번씩 하는 그룹 경영전략회의다. 지난 6월 취임한 구 회장이 계열사 경영진과 머리를 맞대는 첫 공식 회의여서 시작 전부터 관심을 끌었다. ‘의례적인 덕담’을 기대했던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은 구 회장의 예상치 못한 질문에 적잖이 당황해했다는 후문이다. 40대 총수 주재 회의 어떻길래
18일 LG그룹과 재계에 따르면 구 회장이 주재한 LG그룹 사업보고회가 LG그룹뿐 아니라 다른 그룹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만 40세’ 젊은 총수에게 걸맞은 혁신과 변화의 기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29일 시작된 LG그룹 사업보고회는 20일 마무리된다. LG화학을 시작으로 LG생활건강,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주력 계열사들이 이미 사업보고회를 끝냈다. 구 회장이 주재한 첫 사업보고회는 회의 방식뿐 아니라 내용도 과거와 확 달라 계열사 CEO들의 예상을 뒤집었다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LG그룹 사업보고회는 연말 정기 인사를 앞두고 그해 실적을 점검하고 이듬해 사업 계획을 논의하는 자리다. 하지만 이번 보고회에선 실적보다 현재 주력 사업의 강점과 약점들이 대화 주제가 됐다. 계열사들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추진하는 사업의 리스크(위험)도 면밀하게 따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사업이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보고회 때 OLED 패널과 TV의 근본적인 장단점에 대한 논의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사업보고회 형식도 바뀌었다. 종전엔 경영진 발표가 주를 이뤘고 문답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사업보고회 때는 발표 내용보다 경영진 간 토론이 주가 됐다. 구 회장이 사업의 근본을 파고드는 예리한 질문을 던져 CEO들이 깜짝 놀랐다는 전언이다. 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구 회장이 미래 먹거리산업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IT 문화 확산되나
‘구광모 스타일’이 서서히 외부로 알려지면서 앞으로 LG그룹의 변화가 당초 예상보다 클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LG화학의 사업보고회 직후 CEO인 박진수 부회장을 전격 교체하고 후임에 신학철 미국 3M 수석부회장을 내정한 것도 과거 LG그룹에선 보지 못한 ‘혁신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 부회장은 LG화학이 창립 71년 만에 맞는 첫 외부 출신 CEO다.
그룹 전반에 미국 실리콘밸리의 혁신 정보기술(IT) 기업 문화가 퍼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에서 학부(로체스터공과대)를 마친 뒤 현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거쳐 LG전자 미국 뉴저지법인과 실리콘밸리에서 근무한 구 회장의 경력 때문이다. 구 회장 자신이 ‘회장’이 아니라 ‘대표’라고 불리기를 원하는 것도 직위보다 직무를 중시하는 실리콘밸리식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그룹 안팎에선 이달 말로 예정된 그룹 임원 인사가 구 회장의 경영 혁신 속도를 가늠할 잣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인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부회장단 4명(차석용 LG생활건강,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조성진 LG전자,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에 대한 교체 폭이 얼마나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