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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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발표에도 ‘공식 논평’ 못내놓은 민주당, 속내는…
이해찬 대표 등 이해 당사자들도 ‘침묵’
친문그룹 ‘탈당 제명’ 요구에도 당헌당규상 ‘불가능’
"경찰 정황증거 보다 구체적인 자료 나오느냐가 당내 민심 풍향계”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혜경궁 김씨’논란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찰의 기소의견 발표가 나온 후에도 공식 논평과 정리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 이번 사안이 갖는 묘한 특수성때문이다.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처음 혜경궁 김씨 논란에 불을 당긴 전해철 의원, 지난 8월 전당대회에서 이 지사의 탈당을 요구했던 김진표 의원 등 관련 인사들 대부분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마치 야구에서 내야와 외야의 중간지대인 ‘텍사스 존’에 떨어진 타구처럼 이번 사안을 두고 누구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기를 꺼리는 묘한 상황이다.

○이재명 ‘출당&제명 조치‘ 현실적으로 어려워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9일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이 지사의 거취문제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만하자”며 답을 피했다. 이날 홍익표 수석대변인이 “검찰의 기소여부를 본 이후 법적 진행절차에 따라 필요하면 당의 입장을 판단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친문재인 카페 일부 회원들이 “이재명 지사를 즉각 출당조치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당 지도부가 당장 조치를 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당 지도부는 경찰이 발표한 내용만으로는 출당을 비롯한 이 지사의 거취 문제와 직접 연계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혜경궁 김씨’가 이 지사의 부인 김혜경씨라는 경찰의 주장만으로 직접 당사자가 아닌 이 지사의 출당 문제를 거론할 수 없다는 논리다. 실제로 민주당 당규를 살펴보면 일부 친문 카페 회원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지도부가 당장 이 지사를 징계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은 없다. 민주당 당규 80조는 1항은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지역위원장과 각급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원권 정지 조항이다. 2항은 “처벌을 받은 자가 최종심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당원 자격정지 이상의 징계처분을 한다”는 내용이다. 대법원에서 최종심이 확정되어야 ‘출당’ ‘제명’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혜경궁 김씨’건은 얼밀히 따지면 이 지사 문제가 아니라 부인 관련 사안이라는 점이다. 설령 경찰의 주장이 사실이더라도 이 지사에게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물을 수는 있지만 당원권 정지 심사 요건이 되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아무리 ‘출당과 제명’ 요구가 빗발쳐도 현재로선 당규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해찬·전해철·김진표 의원 등 이해당사자 나서기도 ‘애매’

지난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 지사측이 이해찬 대표를 지원한 게 결과적으로 이 대표의 운식폭을 좁히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지방선거에서 경쟁자인 김진표 후보측은 ‘혜경궁 김씨’ 논란을 거론하며 이 지사의 탈당을 압박했다. 이 지사측은 자연스럽게 경쟁후보인 이해찬 후보측을 지원할 수 밖에 없었다. 전당대회 이후 이 대표의 측근인 이화영 전 의원이 경기부지사로 임명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가 나설 경우 자칫 불필요한 논란을 낳을 수 있다는 게 지도부의 고민이다. 이 대표측은 “대표가 이 문제에 목소리를 낼 경우 어떤 형태로는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그렇다고 지난 4월 경기지사 경쟁상대였던 전해철 의원이 입장을 내놓을 수도 없는 처지다. 전 의원은 ‘혜경궁 김씨’ 사건에 불을 당긴 당사자이지만 이미 소송을 취하한 마당에 논란이 재점화되는 것을 굳이 반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혜경궁 김씨’ 논란은 전 의원이 ‘@08_hkkim’이 자신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악의적인 글을 올렸다며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하면서 불거졌다. 민주당 지지층내에서 일부 친문재인 카페회원들과 친이재명 지지 그룹이 극심한 대결 양상을 보이는 것도 현실 정치인에게는 부담이다. 지난 8월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지사 공격에 앞장섰던 김진표 의원도 “최종 수사결과를 지켜보자”며 굳이 이번 논란에 발을 담그고 싶지 않은 모습이다.

○검찰 기소내용이 1차 관건

민주당에서는 검찰의 기소 내용이 1차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찰의 정황증거 외에 보다 구체적인 내용이 나와야 최소한의 입장을 정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법조계에서도 “형사소송의 성격상 경찰이 지금까지 언론에 알린 내용으로는 혐의를 증명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당 관계자는 “법원의 최종 판단에 앞서 검찰 기소 단계에서 지금까지 나온 것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관련성 높은 증거가 나오느냐가 당 입장을 정리하는 1차 관문이 될 것”며 “제명이나 출당 요구 등은 현실적으로 다룰 수 없는 만큼 일단 검찰의 기소 여부와 관련 내용을 지켜보자는 의견이 중론”이라고 전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