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신한은행 채용비리 의혹으로 불구속 기소된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첫 재판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조 회장과 함께 업무방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 인사담당 부행장 윤모씨와 인사 실무자 박모·김모씨 측도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조 회장의 변호인은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정창근 부장판사) 심리로 19일 열린 첫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한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조 회장은 합격권이 아닌 지원자를 합격시키라고 의사결정을 내리거나 남녀비율을 인위적으로 맞추도록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다른 피고인들과 공소사실을 공모한 사실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인사 업무는 신한은행의 다양한 업무 중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며 "은행장으로서 채용과정에 일일이 개입했다는 공소사실은 채용업무 프로세스를 이행한다면 상식에 반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조 회장 측은 금융감독원 감사와 검찰 수사에 대비해 채용 관련 서류를 허위로 작성하게 했다는 혐의도 부인했다.

변호인은 "조 회장은 감사 과정에서 허위 합격자 문건 작성에 대해 보고받은 적이 없고 문건의 존재 자체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채용과정에서 외부로부터 연락을 받으면 예의를 갖추기 위해 (인사 담당자에게) 지원자의 결과를 알려달라고 한 사실은 인정한다"며 "그러나 이 사실만으로 다른 피고인과 부정채용을 공모했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전 인사담당 부행장 윤모씨와 인사 실무자 박모·김모씨 측도 혐의를 부인한다는 취지로 입장을 밝혔다. 앞서 기소된 전직 인사부장 2명 가운데 이모씨는 혐의를 부인했고, 또 다른 인사부장 김모씨는 "사실관계는 인정하나 법리적으로 다투겠다"고 했다.

금융감독원 조사 및 검찰 수사에 대비해 인사자료를 삭제한 혐의(증거인멸)를 받는 채용팀 과장 이모씨 측 역시 "(인사자료를 삭제했다는) 컴퓨터에 그런 자료가 저장된 것조차 기억하지 못한다"며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채용팀 과장 이씨의 변호사는 "이씨가 채용대행업체 인사서류를 삭제하도록 요청한 것은 개인정보 보호법상에 따라 채용이 끝난 뒤 서류를 폐기해 달라고 한 일상적 업무"라며 "이 사건 이전인 2016년에도 폐기 요청을 했다"고 주장했다.

조 회장 등은 2013년 상반기부터 2016년 하반기까지 외부청탁 지원자와 신한은행 임원·부서장 자녀 명단을 관리하면서 채용과정에서 특혜를 제공하고, 합격자 남녀 성비를 3대 1로 인위적으로 조정한 혐의를 받는다.

이런 차별 채용으로 외부 청탁자 17명, 은행장 또는 전직 최고 임원 청탁자 11명, 신한은행 부서장 이상 자녀 14명, 성차별 채용 101명, 기타 11명 등 총 154명의 서류전형과 면접점수가 조작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조 회장은 은행장 재임 기간인 2015년 상반기부터 2016년 하반기까지 지원자 30명에 대한 점수를 조작한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남녀 성비를 맞추기 위해 지원자 101명의 점수를 조작한 혐의도 조 회장의 공소사실에 포함됐다.

조 회장 등의 다음 재판은 내달 4일 열린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