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콘(KCON)’을 기획·발전시켜 온 김현수 CJ ENM 컨벤션사업국장이 미국 진출 과정과 성공 비결을 설명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케이콘(KCON)’을 기획·발전시켜 온 김현수 CJ ENM 컨벤션사업국장이 미국 진출 과정과 성공 비결을 설명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1997년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로 시작된 한류 열풍은 K팝은 물론 방송, 뮤지컬, 영화, 애니메이션 등 분야로 확산·발전됐다. 아이돌 그룹, 배우 등 한류 스타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왔지만 그들 뒤에 새 아이디어를 내고 기획하고 오랜 시간 수정·보완해온 전문가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류의 숨은 주역들’을 통해 한류 인프라를 구축해온 주요 인물들을 소개하고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점검해본다.

2011년 김현수 팀장을 중심으로 한 5명의 CJ E&M(현 CJ ENM) 글로벌콘텐츠팀은 세계에 한류를 확산시킬 새로운 접근법을 찾고 있었다. 한류에 관심이 많은 중국, 동남아시아에서 2~3시간 정도 K팝 콘서트를 하거나 이벤트를 여는 것은 이미 많은 기획사가 실행하고 있던 터였다. 한류 전반으로 폭을 넓히고 지속적으로 끌어가려면 다른 루트와 방법이 필요했다. 고심 끝에 공연뿐 아니라 댄스, 뷰티, 음식 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행사장을 마련해 미국에서부터 소개해 보자는 아이디어에 주목했다. 이것만큼 확실한 한류 전파 방법은 없을 것이란 결론을 얻었다. 그리고 1년 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제1회 ‘케이콘(KCON)’을 열었다. 반응은 나쁘지 않았지만 몇 차례 존폐 위기를 겪기도 했다.

6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케이콘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규모의 한류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유럽, 오세아니아, 중동, 중남미, 아시아 등으로 지속적으로 확장된 것은 물론, 20회 동안 총 82만3000여 명의 관객이 몰렸다. 글로벌콘텐츠팀은 30명의 컨벤션사업국으로 확대됐다. 사업을 계속 진두지휘하는 김현수 CJ ENM 컨벤션사업국장은 “오랜 시간이 걸리고 힘도 들었지만 K팝 이상의 K컬처를 가장 큰 문화시장인 미국에서부터 전파하자는 전략이 통한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미국서 동남아로 ‘거꾸로’ 전략

미국에서 시작된 케이콘은 올 들어서야 처음 동남아에 진출했다. 지난 9월 태국 방콕에서 행사를 열었다. 가장 확실한 효과를 낼 것으로 평가받던 지역을 나중으로 미뤄둔 것이다. 김 국장은 “누구나 공략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닌, 남들이 안 하는 시장부터 하자고 정한 것이 먹혔다”며 “음악 시장이 가장 큰 미국, 일본, 유럽 순으로 행사를 열어 케이콘의 영향력을 키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 나라의 인기 콘텐츠를 모아 나라 문화 전체를 알리는 페스티벌 모델은 케이콘이 국내 최초다. 케이콘이 한국인들만의 축제에 머물지 않고 세계적인 축제로 발돋움한 것을 잘 보여주는 지표는 관객 비중이다. 관객 중 한국인은 10%에 불과하고 현지인이 90%에 달한다. 이들은 하루 종일 케이콘 행사장에 머물며 한국 문화를 체험하고 즐긴다.

“누가 한국 문화에 그렇게 관심을 가질까 싶긴 했죠. 하지만 다른 문화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관심을 쏟는 10~20대 밀레니얼 세대를 타깃으로 ‘종합선물세트’를 제공하면 효과가 있을 거라 판단했습니다. 좋아하는 가수와 음악이 생기면 그가 입는 옷과 먹는 음식 등 문화에 대한 관심도 시작되잖아요.”

현지 이해 뒤 우리 문화 전파”

지역별로 세분화된 전략을 세운 것도 효과를 냈다. 미국 현지의 음악 팬들은 K팝산업 자체에 큰 관심을 가진다. 이 때문에 기획사 대표 등 실무자와의 만남을 주최하고 함께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김 국장은 “스탠드 마이크 앞에서 질문하려는 팬들이 길게 줄을 늘어설 만큼 인기가 좋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선 이보다는 아티스트에 대한 갈증이 더 많다. 그래서 일본에선 아티스트와 직접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 등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처음엔 우리 문화를 잘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오히려 그들의 문화와 정서를 잘 알아야 우리의 문화를 잘 전달할 수 있는 거였어요.”

‘가지치기’ 전략도 구상하고 있다. 케이콘을 좀 더 세분화해 다른 컨벤션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다. “아이돌 세션만 분리하거나 패션이나 뷰티 부문을 따로 떼내는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케이콘을 중심으로 더 많은 외국인이 한국 문화를 깊고 넓게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상 중입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