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가 넘어야 할 관문은 세계 최대 제약시장인 미국이다. 유럽에서는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점유율이 오리지널 제품을 능가한 곳도 있지만 미국에서는 10%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 셀트리온의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는 올해 미국에서 13~15%의 시장 점유율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은 주마다 바이오시밀러 처방 정책이 다르고 공공의료보험 대신 민간의료보험이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바이오시밀러가 진입하기 어려운 구조다.

유럽은 인구 고령화와 건강보험 재정 절감을 위해 바이오시밀러 처방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영국 국가보건서비스(NHS)는 지난해와 올해 고가 바이오의약품을 바이오시밀러로 전환해 연간 약 4700억원의 의료 재정을 절감했다고 발표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IQVIA에 따르면 유럽에서 리툭시맙 바이오시밀러 처방을 통해 3년간 7300억원 규모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고 절감분으로 4만8000여 명의 환자들이 바이오의약품을 처방받을 수 있다.

업계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바이오시밀러 강화 정책이 미국 시장을 바꿀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램시마의 오리지널 제품인 레미케이드 개발회사 존슨앤드존슨을 상대로 독점 금지 소송이 진행 중이다. 김호웅 셀트리온헬스케어 전략운영본부장은 “유럽에서 바이오시밀러 조기 처방에 따른 재정 절감 효과를 확인한 만큼 장기적으로 미국에서도 바이오시밀러 처방이 확산될 것”이라며 “바이오시밀러의 처방 영역이 1차 치료제 시장으로 확대되면 성장 가능성은 더 크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