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죠.”

"유럽의사들 복제약 인식 좋아져…오리지널 시장 절반 넘게 대체할 것"
스페인 마드리드 도세 데 옥투브레 대학병원의 카를로스 그랑데 혈액학 혈액요법 전문의(사진)는 19일 “장기적으로 바이오시밀러가 오리지널 의약품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랑데 박사는 올 하반기부터 셀트리온의 혈액암 치료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성분명 리툭시맙)를 처방하고 있다. 그는 “작년 6월 오리지널 제품인 ‘맙테라’를 판매하는 로슈로부터 바이오시밀러가 나올 것이란 얘기를 듣고 트룩시마를 알게 됐다”며 “당시엔 바이오시밀러를 투여받은 환자에게 문제가 생기면 의사가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검토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1년여간 환자 처방 데이터가 쌓이고 안전성과 효능이 입증되면서 바이오시밀러에 확신이 생겼다는 얘기다. 그는 “정부가 바이오시밀러 처방을 권장해도 의사들은 의구심이 많아 새로운 의약품에 방어적일 수밖에 없다”며 “믿고 사용해도 된다는 동료 의사들의 처방 경험과 조언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했다.

유럽은 국가마다, 병원마다 바이오시밀러 처방 시스템이 다르다. 그랑데 박사는 “의사에게 선택권을 주는 곳도 있고 병원이 입찰에 참여해 제약유통사와 계약을 맺고 선정한 제품을 일괄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며 “오리지널 대비 가격이 저렴한 바이오시밀러가 정부와 병원의 재정지출을 절감해주기 때문에 도입이 확산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스페인 진출 초기 트룩시마 가격은 오리지널 제품 대비 약 60% 저렴했지만 지금은 오리지널 제품도 가격을 인하해 격차가 35%로 줄었다. 그는 “바이오시밀러를 사용하면 공공보험 지출비가 줄어 그만큼 더 많은 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다”며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생각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랑데 박사는 의사뿐만 아니라 일반 환자에게도 바이오시밀러의 인지도가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네릭(복제약)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바이오시밀러까지 이어졌다”며 “제품의 신뢰도를 높이려면 지역별 임상을 확대하고 더 많은 처방 데이터를 쌓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바이오시밀러가 확대되려면 오리지널 제품에서 바이오시밀러로 변경한 이후 다시 다른 제품으로 바꾼 환자들의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고 했다. 셀트리온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차례 약을 바꾼 환자에게서도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하도록 임상을 설계하고 있다. 그랑데 박사는 “교차처방 위험을 줄인다면 신규 환자뿐만 아니라 기존 환자들에게도 처방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드리드=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