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M PE의 한독 투자
사노피 "합작지분 50% 팔겠다"
가업 포기 고민한 김영진 회장, IMM PE 만나 지분 공동 인수
리베이트 금지·약가 20% 인하…투자 당시 제약업계 최악 상황
IMM PE "한독엔 기회" 판단
경영진과 IMM PE '의기투합'…유통사서 헬스케어 업체로 변신
1만원대 주가 3년 만에 4만원 넘어
▶마켓인사이트 11월19일 오후 3시26분
2014년 5월15일 서울 테헤란로의 한독(옛 한독약품) 본사는 온종일 지분 30%를 보유한 2대주주 IMM 프라이빗에쿼티(PE)가 띄운 공지 한 통으로 술렁였다. 전체 임직원에게 IMM PE가 보유한 한독 주식 17만 주를 주당 2만원에 살 수 있는 권리를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기업 또는 최대주주가 아닌 2대주주가 보유주식을 인센티브 차원에서 내놓는 건 전례 없는 일이었다.
당시 한독의 영업이익이 매년 늘어나고 있었던 데다 IMM PE는 2014년 영업이익이 2012년과 비슷한 수준만 유지해도 행사를 보장하기로 해 ‘사두면 무조건 돈이 되는’ 옵션이었다. 2015년 옵션 행사기간 한독 주가는 2만3400~4만600원에서 움직였고, 옵션을 샀던 직원들은 약 24억원을 벌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의 위기는 한독에는 기회
IMM PE가 한독의 2대주주가 된 건 2012년 10월. 김영진 한독 회장이 60년간 지켜온 가업을 이어가느냐 아니면 매각하느냐를 고심할 때였다. 합작파트너였던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아벤티스는 보유지분 50%를 팔아 제휴관계를 정리하려 했다. 김 회장이 독자적으로 인수하기엔 부담스러운 규모였다. 마침 한 글로벌 제약회사가 ‘사노피와 김 회장의 지분을 전부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부친(김신권 명예회장)에게서 물려받은 가업을 접기가 못내 아쉬웠다.
인수합병(M&A) 전문 로펌인 KCL이 IMM PE를 소개한 게 이 즈음이었다. 당시 투자업계에서 제약업은 ‘본전만 건져도 천운’으로 여겨지던 분야였다. 중소 제약업체 400여 개가 이익률이 떨어지는 제네릭(복제약) 의약품 시장에서 이전투구식 경쟁을 벌였다. 2010년 11월부터 ‘리베이트 쌍벌제’(금품을 주고받는 쪽 모두 형사 처벌)가 시행됐고, 2012년 정부가 건강보험재정 건전화를 위해 약가를 20% 낮추기로 해 업황도 최악이었다.
하지만 제약업 투자경험이 많았던 송인준 IMM PE 대표는 ‘업계의 위기가 오히려 한독에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한독은 국내 제약사로는 드물게 리베이트 없이 성장해온 회사였다. 50년 가까이 글로벌 제약회사와 합작으로 운영하면서 엄격한 내부통제 기준을 유지한 덕분이었다. 송 대표는 “약가가 인하되면 리베이트로 연명하던 영세 제약사는 도태되겠지만 한독의 경쟁력은 더 돋보일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PEF와 손잡고 사업다각화 성공
2012년 9월26일 한독과 IMM PE는 사노피아벤티스로부터 지분 50%를 주당 1만545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김영진 회장(특수관계인 포함)이 20%를 사서 총 47.2%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되고, IMM PE가 나머지 30%를 사들여 2대주주가 되는 구조였다.
합작사 시절 한독은 아벤티스의 약품을 수입해 국내에 유통하는 전문의약품 회사였다. 김 회장과 IMM PE는 일반의약품(OTC), 제네릭 의약품, 바이오의약품 등 세 가지 시장에 진출해 한독을 종합 헬스케어 업체로 변신시키기로 했다. 합작파트너와의 동거 경험이 50년에 달하는 한독에는 파트너 의견을 받아들이고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중시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었다.
한독은 2013년 이스라엘의 글로벌 제약사인 테바와 합작법인(JV) 형태로 한독테바를 설립해 제네릭의약품 시장에 뛰어들었다. 2014년에는 태평양제약의 제약사업부를 인수해 OTC 사업을 강화했고, 바이오의약품 개발사인 제넥신에 투자해 바이오의약품 시장에도 진출했다.
변신에 성공한 한독 주가는 투자 2년여 만인 2014년 7월 주당 2만5000원을 넘어섰고, 2015년에는 4만원 초반대에 이르렀다. IMM PE는 2014년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한독 지분을 장내 매각했다. 760억원을 투자해 5년여 만에 1527억원을 벌어들여 27.3%의 내부수익률(IRR)을 올렸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