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밀집지역에서는 매장에서 머그잔에 마시던 커피를 다시 테이크아웃잔에 담아나오는 사례가 많다
사무실 밀집지역에서는 매장에서 머그잔에 마시던 커피를 다시 테이크아웃잔에 담아나오는 사례가 많다
"5분만 있다 나갈 건데 테이크아웃 잔 안 되나요?"

"매장 내에서는 머그잔에 드셔야 합니다. 나갈 때 말씀하시면 옮겨드릴게요."

환경부는 올 8월부터 커피전문점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을 금지했다. 매장 내에서 일회용 컵을 제공하는 사업주에게는 최대 2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매장 내 일회용 컵 금지 정책이 실시된 지 3개월 여가 지나면서 카페 직원과 고객 모두 매장 안에서는 머그잔에 음료를 마시는 문화를 받아들이고 있다.

문제는 직장인들이 대거 몰리는 오피스 상권에서는 실내 일회용 컵 규제를 피하려다 둘 다 사용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중구에서 소규모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환경오염을 줄이는 것도 좋지만 우리 매장처럼 사무실 밀집 지역에 있는 카페에는 식사 후 커피타임을 10분 이내로 즐기고 가는 손님들이 많은데 머그잔에 서비스를 해야 해서 이중 지출이 된다"고 하소연했다.

잠시 매장에 앉아있다가 가는 손님들 중 일부는 남은 커피를 테이크아웃 잔에 옮겨주길 원하기 때문이다.

커피를 옮겨달라고 요청한 손님 B씨는 "점심 식사 후 커피를 매장에 앉아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잠깐이다. 뜨거운 커피가 식어서 이제 좀 마실만하다 싶으면 사무실로 가야 한다. 커피 가격도 만만치 않은데 남은 커피를 버릴 수는 없지 않나"라며 "마시던 커피를 테이크아웃 잔에 옮겨달라 하는게 1회용 컵을 줄이자는 취지와 맞지 않아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일회용 컵 사용을 원하는 소비자들은 '꼼수'를 부리기도 한다. 주문 시 '테이크아웃'이라고 말한 뒤 매장에서 먹는 식이다. 하지만 매장 측은 손님이 몰리는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 등은 일회용 컵 사용 단속이 쉽지 않다고 말한다.

A씨는 "테이크 아웃이라고 해놓고 잠깐이니 괜찮겠지 하며 매장 내에서 음료를 드시는 분들도 많은데 바쁜 시간에 나가달라고 실랑이를 벌일 수도 없고 곤혹스럽다"고 덧붙였다.
"남은 커피 옮겨주세요" 일회용컵 규제에 이중고 겪는 카페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에 따르면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1099명을 대상으로 최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87.2%가 일회용 컵 사용 규제 이후 일이 더 힘들어졌다고 밝혔다. '설거지 등 일이 더 늘었다'고 답한 응답자는 53.6%에 달했으며, ‘일회용 컵을 요구하는 매장 내 손님들과 실랑이가 많다’는 이유를 든 응답자도 33.6%나 됐다.

A씨는 "친환경 정책이라는 취지는 좋지만 현실적 어려움이 큰 게 사실"이라며 "당장 혼자 카페를 운영하는 탓에 손님이 붐비는 시간에는 일회용 컵 사용에 대한 단속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카페 창업자들은 "일회용컵 규제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중간에 손님이 나가겠다고 하면 다시 바꿔줘야 하고 손님이 많을때 그러면 일회용컵 규제 때문에 번거롭다", "설거지도 엄청나게 늘었고 유리잔은 매일 깨지지만 환경을 위해 규제할 때가 됐다", "식기세척기가 불티나게 팔린다고 하더라", "처음에는 서로가 불편하지만 곧 정착되리라 생각한다" 등의 의견을 나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