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만 바라보는 탄력근로제 확대…연내 입법 '골든타임' 실기할 수도
노사정위원회가 경제사회노동위원회로 간판을 바꿔 달고 오는 22일 공식 출범한다. 참여 주체, 논의 의제를 넓히겠다는 취지를 내세우지만 속내는 다르다. 20년 가까이 노·사·정 대화에 불참해온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 복귀 명분을 주겠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민주노총은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한발 더 나아가 21일 총파업을 선언했다. 파업 관련 요구 사항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 △국민연금 보장성 강화 △비정규직 사용 사유 제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 및 탄력적 근로시간제 논의 중단 등이다. 대부분 노동관계법을 바꿔야 할 사안이다. 근로조건 및 임금·단체협약 등 개별 사업장의 노사 현안과는 거리가 있다.

지금 산업 현장에는 비상이 걸렸다. 내년 1월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를 어기는 사업장은 처벌을 피할 길이 없다. 처벌을 유예하는 6개월의 계도기간이 올해 말 끝나기 때문이다. 근로자들은 소득 감소를 우려한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법정 근로시간 단축으로 근로자 월급은 평균 11.5%, 금액으로는 1인당 37만7000원 줄어든다. 감소폭은 비정규직 근로자가 17.3%로 더 크다. 잔업 등 초과근로 비중이 더 높은 탓이다. 사업주로선 인력 보충에 따른 인건비 증가, 납기 준수 어려움을 한꺼번에 떠안게 된다.

지난 5일 여·야·정이 탄력근로제를 포함한 근로시간 단축 보완책을 마련하기로 합의한 데에는 이런 사정이 반영됐다. 대책을 시행하려면 법부터 바꿔야 한다. 그것도 올해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 그런데도 노동계 반발로 한걸음도 못 나가고 있다. 정부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원만히 풀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탄력근로제를 포함한 유연근무제도는 근로시간 단축과 함께 논의할 수밖에 없다. 1997년 도입 당시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은 1개월이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주 5일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3개월로 늘어났다. 주당 44시간→40시간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데 따른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지난 7월 300인 이상 사업장의 연장근로를 포함한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되자 6개월~1년 정도까지 단위기간을 늘리자는 요구가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회적 대화는 위기 상황에서 빛난다. 네덜란드가 대표적이다. 노조는 임금 양보, 경영계는 고용 보장, 정부는 사회안전망 확충과 재정 지원을 골자로 하는 ‘바세나르협약’을 1982년 맺어 경제 위기를 극복했다. 사회적 대화가 성공하려면 노사 모두의 참여도 중요하지만 상대방과 타협을 이룰 수 있는 성실한 논의와 양보가 선결과제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ILO도 사회적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의지와 책무’를 꼽고 있다. 사회적 대화를 앞세워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고자 하면서 책무를 무시하는 한국 노동계는 ‘ILO 기준 부적합’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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