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정부보다 훨씬 강도 높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마련 중이다.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서도 계열사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을 이달 대표 발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 8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입법예고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신규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되는 경우에 한해 순환출자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키로 했다. 기존 기업집단은 순환출자를 자발적으로 해소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 제한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김상조 공정위원장도 당시 “일부 기업에 한정된 문제를 법률을 통해 규정하는 것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여당안은 기존 순환출자분에 대해서까지 의결권 행사를 금지키로 했다. 또 대기업 금융계열사와 공익법인의 계열사 주식 의결권 행사를 원칙적으로 금하고 임원 선임, 정관 변경 등 예외적인 경우도 의결권 행사 상한선을 5%로 제한키로 했다.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는 총수일가가 20% 이상 보유한 회사와 해외계열사까지 포함시켰다.

여당은 “기존 공정거래법이나 정부 개정안으로는 총수 일가의 우회적 그룹 지배를 막기에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재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순환출자 고리는 현대자동차 4개, 영풍 1개로 5개가 남았을 뿐이다. 현 정부 출범 당시(93개)와 비교하면 95%가량 해소됐다.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은 대상 기업이 극소수여서 특정 기업집단을 겨냥한 규제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그런 점에서 법의 보편성 원칙을 무시한, 처분적 법률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하다.

그래도 밀어붙이는 것은 “기업을 범죄집단으로 간주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한 상법개정안도 마찬가지다. 지금 기업들은 국내외 악재와 실적 악화로 비상이다. 이런 현실엔 눈감고 기업에 적개심을 부르는 법안들을 자꾸 내놓아서 어쩌자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