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체제 유지 전망 깨고 잇단 파격…LG전자·디스플레이·생활건강 CEO 거취에 촉각

LG그룹 구광모 회장의 취임 후 첫 정기인사가 이르면 다음 주 시행될 예정이다.

그동안은 40대의 젊은 구 회장이 선친 고(故) 구본무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 이후 변화보다는 안정에 방점을 찍고 경영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으나, 취임 후 예상 밖의 과감한 행보를 여러 차례 보이며 인사 방향성도 안갯속에 가려졌다.
'예상 밖 과감행보' LG 구광모, 내주 첫 정기인사 방향은
20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은 내주 중에 정기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LG그룹은 11월 마지막 주 또는 12월 첫 주에 정기인사를 해왔다.

구 회장이 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직접 주재했던 LG그룹 사업보고회도 이날 마무리된다.

사업보고회를 통해 계열사별 실적과 미래 먹거리 사업 현황 등을 점검하고, 그 결과를 감안해 정기인사의 틀을 짤 것으로 보인다.

애초 그룹 안팎에서는 올해 정기인사 폭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지난 5월 구본무 회장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며 예상보다 빨리 구 회장으로 경영권 승계가 이뤄진 만큼, 당분간 기존 체제가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구 회장이 취임 후 지금까지 5개월 동안 특히 인사 측면에서 예상을 깬 결정을 수차례 내리며, 연말 정기인사의 향배도 예단하기 어려워졌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하현회·권영수 부회장의 '맞교체'였다.

지난 7월 구 회장은 LG유플러스에 있던 권영수 부회장을 ㈜LG 최고운영책임자(COO) 부회장으로 발탁하고, 동시에 ㈜LG에 있던 하현회 부회장을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 자리로 이동시켜 두 사람의 자리를 서로 맞바꿨다.

애초 구 회장이 하 부회장을 지근거리에 두고 안착에 주력할 것이란 재계의 당시 예상이 빗나가는 순간이었다.

최근 LG화학 대표이사 교체도 시기와 인물 측면에서 재계의 이목을 끌었다.

구 회장은 LG화학 신임 대표이사 부회장에 다국적 기업인 3M 출신 신학철 수석부회장을 내정했다.

정기인사가 아닌 시점에, 무엇보다 1947년 창립 이래 처음으로 외부에서 최고경영자(CEO)가 영입됐다는 점에서 파격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예상 밖 과감행보' LG 구광모, 내주 첫 정기인사 방향은
이번 정기인사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전문경영인 부회장단 6인 가운데 아직 교체되지 않은 나머지 3인(LG전자·LG디스플레이·LG생활건강)의 거취다.

1956년생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지난 2016년 말 LG전자의 수장으로 임명돼 CEO를 맡은 지 2년 정도 됐다.

3인 가운데 가장 짧다.

가전제품의 프리미엄화 전략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거뒀고, 특히 올해 1분기에 분기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두 번째로 좋은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다만 스마트폰 사업의 적자 지속이라는 난제를 풀지 못한 상태다.

1955년생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지난 2012년부터 대표이사직을 맡았다.

취임 후 5년간 실적 상 LG디스플레이의 황금기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올해 1분기 중국의 공급 확대 우려로 LCD 패널 가격이 급락하며 6년 만에 첫 영업손실을 냈다.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했음에도 2분기 적자 폭은 더 커졌고, 이후 3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나 실적 부담이 여전한 상황이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의 경우 생활용품·화장품·음료 사업구조를 안착시키며 매 분기 호실적을 달성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3인 중 재임 기간이 가장 길다.

지난 2004년 대표이사로 선임돼 올해로 14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으며, 나이도 1953년생으로 3인 가운데 맏형이다.

한편 구본준 부회장의 경우 알려진 대로 연말 공식 퇴진하겠지만, 계열분리 시점은 내년으로 넘어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