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명가' 거듭난 SK바이오사이언스, 국내 시장 넘어 글로벌 무대 '도전장'
SK바이오사이언스(대표 안재용·사진) 모기업인 SK케미칼은 2006년 세계 생명과학의 패러다임이 ‘치료’에서 ‘예방’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 결과 예방의학의 첨병인 백신 사업에서 가능성을 보고 미래 먹거리로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 당시 국내에서 백신 사업은 미지의 분야였다. SK케미칼은 2008년부터 인프라 구축과 연구개발(R&D)에 4000억원을 투자해 2012년 경북 안동에 세계 최고 수준의 백신공장 L하우스를 완공했다. SK케미칼이 개발한 세계 최초의 세포배양 독감 백신은 백신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다.

'백신명가' 거듭난 SK바이오사이언스, 국내 시장 넘어 글로벌 무대 '도전장'
사노피도 인정한 세포배양 기술

SK케미칼은 지난 2월 글로벌 백신 개발사 사노피파스퇴르와 최대 1억5500만달러 규모의 라이선스아웃(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국내 기업의 백신 기술 수출 중 가장 큰 금액이다. SK케미칼의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의 핵심 기술인 세포배양 기술을 사노피파스퇴르의 범용 독감백신에 적용하기 위한 것이다. 범용 독감백신은 바이러스 사이에 공통으로 존재하는 염기서열을 표적으로 해 다양한 변종 바이러스까지 예방할 수 있는 차세대 독감백신이다.

SK케미칼의 세포배양 독감백신 생산 기술은 기존 방식과 달리 동물세포를 활용해 생산 과정이 빠르고 효율이 우수하다. SK케미칼은 이 기술을 활용해 2015년 국내 최초 3가 세포배양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를 출시했고 이듬해 세계 최초로 4가 세포배양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4가를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두 종류의 독감백신은 출시 이후 3년 만에 국내 누적 판매량 1400만 도즈(1회 접종량)를 돌파했다. 스카이셀플루4가는 지난해 독감 유행으로 사망자가 속출한 미얀마에 현지 보건당국의 특별 허가로 긴급 공급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출시된 대상포진백신 스카이조스터도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스카이조스터는 올 상반기 국내에서만 매출 200억원을 넘어섰다. 현재 태국 등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국가별 허가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1000억원 제조설비에 투자

SK케미칼은 지난 7월 백신사업부문을 SK바이오사이언스로 분할했다. 프리미엄 백신 개발에 집중하고 글로벌 진출을 적극 추진하기 위해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출범 이후 백신 공장인 안동 L하우스 증설에 나섰다. 경상북도, 안동시와 7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올 하반기부터 약 1000억원을 세포배양 독감백신 원액 제조 설비 확대에 공동 투자한다. L하우스 내 약 6만2626㎡ 부지에 증설이 완료되면 SK바이오사이언스의 독감백신 원액 생산량은 현재의 약 2배로 증가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9월 자체 기술로 개발한 수두백신 스카이바리셀라로 국내 약 62만 명이 접종하는 수두백신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스카이바리셀라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시판 허가를 획득하고 국가 출하 승인을 거쳐 국내 병의원으로 공급됐다. 국내 공급뿐만 아니라 해외 입찰 시장 참여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사노피파스퇴르와 함께 2014년부터 차세대 폐렴구균백신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또 빌&멀린다게이츠재단의 연구개발 지원 아래 국제백신연구소와 장티푸스백신을, 글로벌 기구인 PATH와의 신규 로타바이러스백신을 개발 중이다. 자궁경부암백신 개발도 검토하고 있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는 “백신 사업 분사를 통해 글로벌 진출 기반을 마련했다”며 “자체 개발 백신을 기반으로 국내 시장에서 선도적 위치를 공고히 하고 세계 무대 진출을 본격화하겠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