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의 수요 감소와 암호화폐 부진, 미·중 무역 전쟁 등의 악재들이 반도체 업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1일 애플이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 컴퓨터의 판매 대수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히자 시장에서는 '아이폰 꼭지론'이 제기됐다.

판매량 비공개 결정은 스마트폰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는 우려로 번졌고, 세계 반도체 분야와 아이폰 부품 납품업체들에 충격을 줬다.

여기에 암호화폐 가치의 하락과 글로벌 무역분쟁 등의 이슈가 겹치면서 반도체 산업은 장기적이고 구조적 불황에 직면하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스테이트스트리트의 마이클 애런 투자전략팀장은 "지난 2, 3년간 반도체는 다른 기술주와 함께 강세를 보였다.

반도체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게임 부문 덕택에 급성장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제는 반도체의 매출 성장세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사람들이 종전 주기대로 업그레이드하지 않거나 교체율이 낮아진다면 둔화의 중요한 징후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당국자가 세계 3대 D램 제조업체에 반독점 조사에서 증거를 대량 확보해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밝힌 이후 반도체 주가가 하락세를 보였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마이크론은 6.6% 급락했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지난 5월 말 D램 시장의 95% 이상을 점유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개사의 독과점 행위로 입건한 이후 조사를 이어오고 있다.
반도체 불황 오나…'아이폰 꼭지론'에 무역전쟁까지 악재산적
FT는 세계 경제의 둔화 우려, 미·중 무역분쟁 고조, 중국 증시의 약세, 암호화폐 부진 등도 투자자들이 경기에 민감한 주식인 반도체주의 비중을 줄이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2~3주 동안 이런 투자자들의 불안이 반영되면서 대만 TSMC와 삼성전자, AMD 등의 주가가 하락했다.

'반도체 굴기'를 내세운 중국의 대규모 투자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도 약세다.

지난주 6천달러선이 무너진 비트코인이 이날 5천달러선 아래로 떨어지는 등 암호화폐 가격 급락에 따라 채굴 수요가 감소하면서 반도체 업계도 타격을 받고 있다.

TSMC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암호화폐 채굴 수요가 부진을 이어감에 따라 4분기에도 성장률을 일부 상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제조업체인 미국 엔비디아는 지나 16일 실적 발표 이후 17% 폭락했다.

암호화폐 채굴이 감소하면서 그래픽카드 재고가 늘어난 것이 주요 악재였다.

다만 FT는 이런 난관에도 투자자들은 장기적으로 보면 반도체 분야가 매력적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이는 로봇과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이 급증하는 자동차 등 산업부문의 반도체 수요가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니드햄펀드의 크리스 레츨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반도체가 경제 전반의 지표라며 "반도체는 건강관리와 에너지, 자동차 등의 산업에 더욱 광범위하게 사용되면서 글로벌 경제와 우리 삶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