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개혁 연기로 잠재성장률 낮아져…무역분쟁, 세계경제 하방요인"
BIS 사무총장 "한국 경제 견조…美금리 올려도 대응 잘할 것"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은 20일 "세계 전체적으로 한국은 굉장히 견조한 성장을 해왔다"며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지만 확신하건대 한국은 적절한 통화정책을 통해 잘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이날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금리 인상으로 국내 외국인 자금의 유출 가능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이 몸담은 BIS는 '중앙은행들의 중앙은행'으로 불린다.

주요 60개국 중앙은행을 회원으로 두고 있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금융 안정을 위한 중앙은행 간 협력의 구심점이 돼왔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멕시코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지난해 12월부터 BIS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그는 전날부터 이틀간 한은과 BIS가 공동으로 연 '아태지역 채권시장의 구조, 참가자 및 가격 형성' 국제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는 최근 미국의 정책 금리 인상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시장에 신호를 충분히 보내왔기에 신흥국에도 부정적 여파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시장에 (인상) 시그널(신호)을 보내고 소통하는 데 꽤 많은 시간을 썼다"며 "신흥국이 대비할 시간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은 거시경제가 견조하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을 잘 다루고 있으며 금융시장이 안정적"이라며 미국의 금리 인상에도 큰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중 무역분쟁 전개를 두고는 "해결을 위한 분명한 그림을 그리고 양국이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달 말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대좌하기로 한 데 대해 "건설적인 협상이 되길 바란다"고도 말했다.

내년 세계 경제 하방 리스크로는 미중 무역분쟁, 구조개혁 지연 등을 꼽았다.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3.9%에서 3.7%로 하향 조정한 것을 언급하면서 "무역분쟁은 불확실성을 높이고 투자 둔화, 소비 변화로 글로벌 밸류 체인을 변화시킨다"며 "무역분쟁 때문에 세계 경제 둔화 가능성, 많은 불확실성 요소가 생겼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가장 우려되는 것 중 또 하나는 구조개혁"이라며 "완화적인 정책으로 구조개혁이 지연돼 전 세계적으로 잠재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구조개혁의 방향에 대해서는 "시장경쟁력 향상, 인프라 투자, 노동 생산성 제고, 다자간 무역 등"이라고 설명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BIS 이사로 선임된 것을 두고는 "모두가 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스위스 바젤 BIS 본부에서 열린 정례 BIS 이사회에서 신임 이사로 선출됐다.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이 총재가 BIS 이사로 선임된 배경을 두고 "BIS 이사회에 일본, 중국, 인도 외에 한국이 더해져 BIS에서 아시아의 역할이 한층 중요해졌다"며 "한국의 경제 개방성, 금융시장 중요성, 물가상승률 관리 등 여러 면을 고려했을 때 한국은 BIS 이사회에 오래전부터 있어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총재의 개인 인품이 훌륭한 점도 있다"며 "한국이 지금이라도 BIS 이사회에 온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