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이 20일 오전 10시 본관 1층 로비에서 출정식을 갖고 청소, 경비, 주차 등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다. 지난 9일과 13일 두 차례 경고파업에 이은 3차 파업이다. 출입문이 막히고 소음 문제에 시달리는 등 파업 여파로 환자들은 불편을 호소했다.

이날 파업에는 전체 직원의 7%가량인 500여명이 참여했다. 노조 측은 “국민의 생명, 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공공기관 비정규직은 직접 고용하라는 지침에도 병원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며 “1000여명의 하청 비정규직을 나몰라라 하고 정규직 전환 대상자를 해고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동시간 단축, 부족한 인력충원, 비정규직 자회사 전환 철회, 복지제도 회복, 의료공공성 강화, 교대근무자 근로조건 개선 등을 요구했다. 서창석 병원장의 퇴진을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병원 측은 해당 문제들이 노사간 단체교섭에서 다룰 안건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파견·용역 업체 직원 정규직 전환’은 정부 가이드라인상 단체교섭이 아니라 노·사·전문가협의체에서 다룰 일”이라며 “이미 협의체가 구성돼 논의가 진행 중인데도 파업을 강행했다”고 말했다.

출정식이 이어진 1시간 동안 환자와 보호자들은 불편을 호소했다. 노조원들의 점거로 본관 중앙 출입문이 막혔다. 4~5발자국 너비의 좁은 양쪽 통로로만 이동이 가능해 긴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휠체어나 응급용 침대에 올라탄 환자들과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은 행여 다른 사람과 부딪히지 않을까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한 휠체어 환자의 보호자는 “자신의 권리를 찾는 것은 좋은데 왜 건물 안에서 환자들을 불편하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소음 피해도 적지 않았다. 조합원들이 마이크로 연설을 하고 ‘임을위한행진곡’, ‘파업가’ 등을 합창했기 때문. 최준식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위원장이 발언하는 도중 한 내원객이 “환자는 보이지 않느냐. 마이크를 끄고 하라”고 항의하는 촌극도 빚었다.

파업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의 직접적인 진료 피해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파업에는 의사, 간호사 등은 거의 참여하지 않는다. 의사들은 노조원이 아닌데다 병원 측에 따르면 간호사들의 파업 참여율은 1%에 그치고 있다. 다만 보건직 기사와 기능직의 참여율이 비교적 높아 진료 대기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노조도 응급실과 중환자실, 검사실 등 필수 인력은 계속 근무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임락근/이인혁 기자 r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