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단과대 학장들이 내년부터 시행될 것으로 전망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강사법)이 대학교육의 질 저하와 대량 해고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밝혔다. 시간강사 처우를 개선하는 데는 동의하지만 대학 재정난을 심화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의 22개 단과대 학장과 대학원장으로 이뤄진 학원장회는 20일 ‘개정 강사법에 대한 서울대 학장, 대학원장의 입장’을 문희상 국회의장과 이찬열 국회 교육위원장에게 전달했다. 학원장회는 “시간강사의 처우와 지위를 향상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며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한다”며 “그러나 강사법이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한다는 최우선 교육목표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학 재정난과 행정 혼란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있어 강사와 대학 모두 상생할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학원장회는 만성적인 재정난에 시달리는 대학이 강사법을 감당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학들이 소규모 강의를 대형 강의로 통합하거나 개설 과목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교육의 질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는 게 교수들의 설명이다. 경험이 적은 시간강사의 성장을 가로막고 대량 해고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학원장회는 “소수 강사의 신분은 보장할 수 있지만 갓 박사학위를 취득한 시간강사들은 강의 기회가 현저하게 줄어든다”며 “시간강사 수 감소로 다수의 강사가 해고 상태에 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 시행이 다가오자 대학들은 전임교원 강의를 늘리거나 학부 졸업 학점을 줄이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재정 부담에 시간강사 해고를 고민하는 대학도 등장했다. 고려대는 대형 강의와 전임교원 및 외국인 교원의 강의를 대폭 늘리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졸업 요구 학점을 현행 130학점에서 120학점으로 줄이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과학기술대는 내년부터 550명인 시간강사를 150명가량으로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강사법은 △시간강사 임용기간 1년 이상 원칙 △강사 재임용 절차 3년까지 보장 △방학 기간 임금 지급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장현주/임락근/조아란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