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의 보건의료 규제 완화 움직임에 대한 시민·노동단체의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허용하고 빅데이터 활용을 늘리려는 법 개정을 의료 민영화로 규정하고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도서벽지 주민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통신기술을 활용하는 것까지 반대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상의료운동본부 등 시민·노동단체는 20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격의료 입법 추진 논의를 중단하고 바이오의약품 규제 완화 관련 법안을 모두 폐기하라”고 주장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2010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참여연대 등이 결성한 건강보험대개혁연석회의에서 시작된 단체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가 의료 민영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산업적 활용과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한 원격의료 도입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12일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취임 6개월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기국회 중 도서지역에 (원격의료를) 우선 적용하도록 관련법을 통과시키겠다”고 말했다. 시민·노동단체들은 “정부와 여당이 중소벤처기업 성장 등을 목적으로 원격의료를 추진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의료 사각지대 해소를 목적으로 한다는 것은 명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21일 국회 앞에서 가명정보 활용 범위를 넓히는 내용의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반대 기자회견도 할 예정이다.

하지만 원격의료 허용이 의료 민영화 시도라는 시민·노동단체의 주장은 지나친 왜곡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가 도서벽지, 원양어선, 군부대 등에 제한적으로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허용하기로 한 것은 이 지역에서 원격의료의 효용성 등을 명확히 분석하기 위해서다.

의료계 관계자는 “시민·노동단체 주장대로라면 보건의료 분야에서는 새로운 기술의 효과를 입증하기 위한 어떤 시도조차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