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메리츠화재)
(사진=메리츠화재)
손해보험협회가 메리츠화재의 신계약가입금액이 2경을 넘어섰다는 터무니없는 통계를 내놓으면서 신뢰도에 금이 가고 있다. 통계 오류가 걸러지지 않은 채로 거듭 발표되면서 업계에서는 손보협회에 대해 자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1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 1~7월 누적 기준 메리츠화재의 신계약가입금액은 2경3290조29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59.28% 증가했다.

신계약가입금액은 새롭게 계약된 보험 계약상 보험자가 피보험자에게 보상하는 보상액의 최고 한도액을 말한다.

같은 기간 다른 보험사의 수치를 비교해 보면 DB손해보험 3035조159억원, 현대해상 1707조5870억원, KB손해보험 1368조2831억원 등 메리츠화재와의 격차가 매우 크다.

메리츠화재의 신계약가입금액의 이상현상은 지난 6월부터 시작됐다. 올해 5월까지 메리츠화재의 신계약가입금액은 515조원 수준으로 10개 손보사 가운데 4번째로 많았다.

하지만 6월 누적 자료부터 메리츠화재의 신계약가입금액이 6178조원으로 가파르게 상승하며 업계에서 가장 높은 규모를 기록하더니 7월 누적 자료에서는 2경을 돌파한 것이다.

이같은 결과는 메리츠화재가 지난 4월 출시한 미국 전문 유학생보험이 영향을 미쳤다.

해당 상품은 국내 최초로 미국연방규정에 부합하는 미국 전문 유학생보험으로 임신·출산, 알코올질환, 정신병 등을 추가 보장하고 미국에서 가입하는 상품보다 약 20% 정도 저렴한 보험료를 제공한다.

하지만 메리츠화재 유학생보험의 경우 보상 한도가 무한으로 설계되면서 신계약가입금액이 비이상적으로 증가하는 결과를 야기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보상한도가 무한이면 신계약가입금액 산출 시 기재를 안하거나 적정금액으로 입력해야 하는데 금액을 과도하게 올리면서 신계약가입금액이 커졌다"며 "기존에 공시된 내용에 대한 수정은 어렵겠지만 추후 공시되는 내용은 이러한 점을 수정해 올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1차적 원인은 과도하게 계상된 수치를 협회에 넘긴 메리츠화재에 있지만 별다른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하고 해당 수치를 그대로 발표한 협회도 책임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거에도 손보협회는 모 보험사의 홈쇼핑 실적을 회계연도 시작인 4월부터 합산해야 하는데 1월부터 합산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했다.

협회 입장에서는 한정된 인원으로 각 보험사가 보내준 통계를 취합해 등록하는 특성상 숫자가 잘못 표기돼 있어도 확인하기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각 보험사별로 숫자를 받아 통계치를 산출하다보니 데이터에 오류가 발생하기도 한다"며 "앞으로는 관련 부서가 단순히 수치를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 특이 부분을 면밀히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