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한국인 인터폴 총재…김종양 前 경기경찰청장
첫 한국인 인터폴(Interpol·국제형사경찰기구) 총재가 탄생했다. 1964년 인터폴에 회원국으로 가입한 뒤 54년 만이다.

경찰청과 외교부는 지난 18~21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제87차 인터폴 총회에서 인터폴 선임 부총재인 김종양 전 경기경찰청장(사진)이 한국경찰 역사 최초로 인터폴 총재에 당선됐다고 21일 발표했다.

이번 선거는 중국의 멍훙웨이(孟宏偉) 전 총재가 사임하면서 치러졌다. 194개 회원국 중 179개국이 참석해 1국당 1표씩 자유투표로 새 총재를 선출했다. 김 신임 총재는 러시아 출신 알렉산더 프로코프추크 인터폴 유럽 부총재와 경합을 벌여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득표율은 관례상 공개하지 않는다고 경찰 측은 설명했다.

원래 인터폴 총재 임기는 4년이지만 김 신임 총재는 전임 총재 잔여임기인 2020년까지 2년간 총재직을 맡는다. 멍 전 총재는 올해 9월 모국인 중국 출장을 간다고 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중국 반(反)부패 당국인 국가감찰위원회로부터 뇌물수수 혐의로 조사를 받게 돼 총재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부총재였던 김 신임 총재가 총재 대행으로 일해왔다. 이번 총회기간에도 의장 역할을 맡아 코소보 회원 가입 문제 등 안건을 처리했다.

김 신임 총재는 개회사와 출마연설에서 인터폴의 정치적 편향과 개입을 차단하고, 아시아 아프리카 등 소외된 회원국 간 치안력 격차를 해소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공약이 특히 개발도상국 회원국 사이에서 지지를 얻은 배경으로 풀이된다. 러시아 출신 총재가 탄생하는 것에 반감이 있는 미국 등 서방국의 적극적인 지지도 당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프로코프추크 부총재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졌다.

김 신임 총재는 경찰청 내 대표적인 외사경찰로 꼽힌다. 경찰로 재직하면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주재관, 핵안보정상회의 경찰준비단장, 경찰청 외사 기획조정관, 경남·경기지방청장 등을 거쳐 국제감각과 리더십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다. 2012년에는 인터폴 아시아 집행위원으로, 2015년에는 인터폴 부총재로 선출됐다.

외교부는 이번 선거를 위해 외교부 차원에서 각국 재외 공관을 통해 주재국 정부부처에 적극적으로 지지교섭을 벌이는 등 지원했다고 밝혔다. 경찰청도 그동안 외국 경찰과의 교류협력 등 관계를 다져온 것이 이번 선거에서 빛을 발했다고 평했다.

투표 결과가 공개된 뒤 이뤄진 수락연설에서 김 신임 총재는 “소중한 믿음을 준 것에 감사드린다”며 “우리 공동 목표인 안전한 세상을 위해 함께 가자”고 소감을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한국이 세계 최대 국제기구 중 하나인 인터폴 총재를 배출한 것은 국가적인 쾌거”라며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과 역할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터폴은 국제범죄, 테러, 재난 등 치안문제에 대한 국가 간 공조와 경찰 협력을 위해 1923년 설립된 국제기구다.

해외 도피범을 회원국끼리 서로 협업해 수사하는 게 주된 업무다. 세계 범죄를 조사해 리포트도 발표한다. 올해 기준 회원국은 194개국으로 유엔보다 가입국이 많다. 범죄자의 국제 이동이 많아지고, 사이버 범죄 등 국경을 넘어선 범죄 유형이 등장하면서 가입국이 늘고 있다. 프랑스 리옹 본부에는 100여 개국에서 파견된 950명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주로 회원국 기금으로 운영된다. 작년 예산은 1억2430만유로(약 1601억원)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