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공모주 펀드도 울상짓고 있다. 상장철회 기업이 잇따르는 등 IPO 시장이 위축되면서 공모주로 수익을 내기 힘들어졌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돈을 빼고 있다. 변동성이 커진 주식 유통시장을 피해 발행시장에 투자하는 공모주 펀드로 자금이 몰렸던 상반기와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IPO 시장 한파에 얼어붙은 공모주펀드
한 달 동안 1193억원 순유출

21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 국내 공모주 펀드 112개에서 1193억원이 순유출됐다. 최근 3개월 기준으로는 910억원이 빠져나갔다. 올 상반기까지 공모주 펀드에 2900억원가량이 몰린 것과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투자자들이 공모주 펀드에 거는 기대가 컸다.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공모주 펀드가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로 부각되면서 자금이 몰렸다. 공모주 펀드는 대부분 채권 혼합형으로 운용된다. 총자산의 80~90%가량을 채권에 투자하고 나머지 자금으로 공모주에 투자해 초과 수익을 노린다. 주식형 펀드보다 기대수익률이 낮아 증시 활황기에는 주목받지 못하지만, 시장이 박스권에 갇히거나 변동성이 커질 때 자금이 몰리는 게 특징이다.

이렇다 할 ‘대어’가 없었던 올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엔 중대형 기업의 IPO가 이어질 것이란 기대도 공모주 펀드에 자금이 몰린 요인이었다. 올 하반기 CJ CGV 베트남홀딩스, 롯데정보통신 등의 상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 투자자들이 공모주 펀드에 자금을 넣었다.

새내기주 수익률도 부진

하지만 시장은 투자자들의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지난달 국내 증시가 급락하면서 IPO 시장도 된서리를 맞았다. 상장해도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 기업들이 줄줄이 상장 계획을 접었다. 하반기 IPO 시장에서 공모 규모가 가장 클 것으로 기대됐던 CJ CGV 베트남홀딩스가 상장 계획을 철회한 게 대표적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하던 전자부품 제조회사 드림텍, 코스닥시장 ‘최대어’로 꼽혔던 카카오게임즈 등도 잇따라 상장 계획을 뒤집었다.

증시가 얼어붙으면서 새내기주 수익률도 부진을 겪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상장한 53개 기업 가운데 절반이 넘는 29개 종목은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9~10월 사이 상장한 기업들의 주가가 유독 나쁘다. 지난달 4일 상장한 나우아이비캐피탈의 21일 종가는 4790원으로 공모가인 8500원에 비교해 43.6%가량 떨어졌다. 크리스에프앤씨(공모가 대비 수익률 -24.6%) 하나제약(-12.6%) 등 비슷한 시기 상장한 기업들도 수익률이 부진했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들어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올 들어 상장한 공모주는 수익률이 상장 첫날 정점을 찍은 뒤 갈수록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공모주 시장이 부진을 겪을수록 역발상 투자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공모주 시장이 얼어붙어 낮은 가격에 상장한 기업들이 시간이 지나 높은 수익을 낸 사례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최종경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모주 시장 부진으로 회사의 희망 가격 범위보다 낮은 가격에 공모가가 확정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며 “이 가운데 우량 기업을 골라 보유하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역발상 투자전략도 고려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