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전세계에 대규모 감세 같은 것…더 낮춰야"
트럼프, 카슈끄지 살해 파문에도 "유가 낮아져…땡큐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살해 의혹을 받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두둔해 비판에 직면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국제유가 급락과 관련해 사우디의 '공'(功)을 치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유가가 낮아지고 있다.

멋지다(great). 미국과 전 세계를 위한 대규모 감세와 같은 것이다.

(배럴당) 54달러를 즐겨라"고 밝혔다.

이어 "사우디에 감사한다.

그러나 (유가를) 더 낮추자"고 강조했다.

최근 국제유가 하락에서 사우디의 역할을 언급하면서 '저유가' 지속을 위해 계속 노력해달라는 주문을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기자들과 만나 "만약 우리가 사우디와 관계를 단절한다면 기름값이 지붕을 뚫고 치솟을 것"이라면서 "나는 유가를 낮게 유지해왔고 사우디도 내가 유가를 낮게 유지하도록 도움을 줘왔다"고 말했다.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살해한 배후로 의심받는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을 계속 두둔하는 까닭을 국제유가와 연관시킨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의 이란 원유제재 부활 여파로 원유시장 고객들이 사우디로부터 주문량을 늘리면서 사우디의 원유 생산량이 이번 달 하루 1천100만 배럴에 가까운 기록적인 수준으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전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6.6%(3.77달러) 급락한 53.43달러를 기록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내년 1월물 브렌트유도 6%대의 하락세를 보였다.

'공급 과잉' 부담과 함께 글로벌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로 뉴욕증시가 급락하면서도 유가도 함께 미끄러진 것이다.

최근 고점 대비 WTI는 31%, 브렌트유는 29%나 각각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공격하며 유가가 더 낮아져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12일에는 사우디의 감산 시사에 트위터를 통해 "바라건대(Hopefully), 사우디와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원유 생산을 줄이지 않을 것"이라면서 "유가는 공급을 기반으로 훨씬 더 낮아져야 한다"고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우디 지지 발언은 다음 달 6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공급량 조절 회의를 앞둔 시점에서 나왔다.

OPEC 회원국들과 러시아를 비롯한 제휴 산유국들은 이번 회동에서 현재의 공급정책 기조를 바꿔 내년에 감산을 할지를 결정한다.

사우디와 산유국 일부는 유가 하락을 막기 위해 산출량을 하루 100만∼140만 배럴씩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설명에서 카슈끄지 살해 사건과 관련, "왕세자는 이 비극적인 사건에 대해 알고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며 "우리는 카슈끄지 살해를 둘러싼 모든 사실을 결코 알지 못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 "어떤 경우든 간에 우리는 사우디와 관계를 맺고 있을 것"이라며 "미국은 사우디의 변함없는 동반자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