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고독한 천재'는 환상…창조성은 둘의 힘이다
시몬 드 보부아르와 장 폴 사르트르, 폴 매카트니와 존 레논,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 다양한 분야에서 성취를 이뤄낸 한 쌍들이다. 《둘의 힘》은 이 밖에 많은 ‘창조적인 2인조’ 사례를 통해 창조성이 아주 특별한 한 사람의 내부에 숨어 있는 재능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과 의미있는 관계를 맺을 때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힘이라는 것이다.

‘뉴요커’ ‘타임’의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치밀한 자료 조사와 다양한 인터뷰를 통해 창조성이 어떻게 탄생하고 작동하는지를 파고든다. 책을 통해 그는 2인조가 가장 유동적이고 유연한 관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한 사람은 결핍될 수 있고 세 사람은 너무 안정적이어서 창조성을 질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두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기들만의 사회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고독한 천재’에 대한 환상이 한 사람만 두드러지게 부각했고 다른 한쪽은 역사의 그늘 속에 남는 사례도 많았다. 저자가 주목한 것은 1 더하기 1이 2가 되는 게 아니라 무한대로 폭발하는 경우다.

‘대담하고 탁월한 창조물은 천재적인 개인이 아니라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다’는 전제를 기반으로 저자는 창조적 관계의 시작부터 끝까지의 메커니즘을 추적한다. 그 과정을 여섯 단계로 나눈다. 둘의 ‘만남’과 의미있는 단계로 발전하는 ‘합류’, 두 사람의 상호작용이 이뤄지는 ‘변증법’과 서로 간의 거리를 조절하고 관계가 깊어지는 ‘거리’, 그리고 경쟁과 협력을 해나가는 ‘무한한 경기’를 거쳐 결별에 이르는 ‘중단’이다.

흥미로운 사례들이 자칫 지루해보일 수 있는 메커니즘의 틈을 메운다. C S 루이스(‘나니아연대기’ 작가)가 옥스퍼드대 교수진 회의에서 처음 J R R 톨킨(‘반지의 제왕’ 작가)을 본 뒤 집에 와 ‘한두 대쯤 때려줄 필요가 있겠다’고 적은 것이나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와 극작가 후고 폰 호프만스탈은 여러 유명한 오페라 작품을 협업하면서도 편지를 통해서만 만났다는 이야기도 있다.

두 사람의 ‘협력적 경쟁’을 살펴보면서 “우리에게 타격을 가해 균형을 잃게 하는 일을 가장 많이 하는 사람들이 우리의 일을 가장 잘 돕는다”는 대목도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극적인 것은 마지막 단계인 ‘중단’이다. 저자는 “창조적 파트너들에게 결별 이후의 삶은 일반적인 이혼자의 삶보다도 훨씬 더 괴로운 것”이라고 서술한다.

두 사람이 이뤄내는 창조적 성취의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책의 첫 장에 인용한 미국 극작가인 토니 커시너의 말을 다시 찾아보게 된다. “가장 작고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인간의 단위는 한 사람이 아니라 두 사람이다. 한 사람이란 허구에 불과하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