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을 위탁 조립하는 대만 폭스콘의 중국 선전 공장은 이달 들어 초과근무를 없앴다. 예년 같으면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공장 가동률이 정점에 달할 시기지만 올해는 애플 주문량이 작년 대비 10%가량 줄면서 위기감이 팽배하다. 소득의 상당액을 초과근무수당에 의존했던 수천 명의 근로자는 회사 조치에 당혹해하고 있다.
폭스콘, 감원 칼바람…아이폰 '판매 한파' 애플 협력사 덮쳤다
22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폭스콘은 한발 더 나아가 내년엔 대규모 비용 절감에 나서기로 했다. 아이폰 부문에서 60억위안을 포함해 모두 200억위안(약 3조2600억원)의 비용을 줄일 방침이다. 비(非)기술직 직원의 10%도 감원하기로 했다.

지난 9월 출시된 신형 아이폰의 판매 부진으로 세계 각국에 퍼져 있는 부품 공급업체와 조립업체 등 애플 공급망 전체가 혼란에 휩싸였다. 애플이 아이폰XS, 아이폰XS 맥스, 아이폰XR 등 세 가지 모델의 주문량을 대거 줄이면서 일부 협력사는 구조조정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애플은 당초 신형 아이폰 3개 모델을 내년 2월까지 7000만 대가량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수요 부진이 예상보다 심각할 것으로 판단해 3분의 1 수준인 2330만 대로 주문량을 줄이고 지난주 폭스콘 등에 통보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에 접어든 데다 중국 업체와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판매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다.

이에 따라 AMS, 루멘텀홀딩스, 쿼보, 재팬디스플레이 등 아이폰 부품 공급업체들은 4분기 실적 전망을 일제히 하향 조정한 데 이어 내년 사업 계획도 수정하고 있다. 3차원 이미지용 센서를 공급하는 오스트리아 AMS와 3D 센서 부품을 공급하는 미국 루멘텀은 전체 매출의 30%가량을 애플에 의존하고 있다.

아이폰에 쓰이는 무선 주파수칩을 만드는 미국 쿼보는 분기 매출 전망치를 8% 정도 낮췄다. 중국 광둥성 후이저우시에 있는 세계 최대 스마트폰 스크린 공급업체인 보언광학은 최근 임시직 근로자 8000여 명을 해고하기도 했다.

아이폰 부품 공급업체들 사이에선 애플이 지난해 아이폰 모델을 2개가 아니라 3개씩 내놓기 시작한 뒤부터 수요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컨설팅업체 시퀀트러닝네트워크의 스티븐 헤인스 최고경영자(CEO)는 “모델이 많을수록 누가 무엇을 구매할지 예측하기가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판매가격이 크게 오른 점이 수요 예측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올해 출시된 아이폰 가격은 749~1000달러로 2016년의 649~769달러보다 큰 폭으로 뛰었다.

애플이 앞으로 아이폰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기로 한 것도 시장 혼란을 키우고 있다. 애플은 제품별 가격 차이로 인해 판매량의 중요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시장에선 아이폰 판매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애플 협력업체들은 그동안에도 곧잘 곤란을 겪었다. 2014년 아이폰6 판매량이 애플의 예상을 뛰어넘었을 때는 생산을 늘리느라 애를 먹었다. 하지만 이듬해 아이폰6S 판매량이 저조하자 공급업체들이 재고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작년에도 아이폰X 생산을 연말에 갑자기 2000만 대나 줄이면서 타격을 받았다. 한 애플 부품 공급업체의 최고경영자는 “애플과 거래하는 게 갈수록 위험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