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계소득 통계 방식을 바꾸기 위해 130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국회 심의 과정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가계소득 통계 방식의 정확도를 높이겠다는 게 명분이지만, 올 들어 가계소득이 발표될 때마다 분배지표가 갈수록 악화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야당은 “입맛에 맞는 통계를 생산하겠다는 것이냐”고 반발하며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여야가 22일부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를 가동했지만 가계동향조사 예산 130억원이 예산안 처리의 ‘암초’로 떠오른 모양새다.

가계소득 통계 바꾼다며 130억 예산 편성…여야 예산안 처리 '암초'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 14일 기획재정부 국세청 관세청 조달청의 예산안 예비심사 보고서를 예결위로 넘겼다. 하지만 통계청 심사는 끝내지 못했다. 통계청이 가계동향조사 방식을 바꾼다며 올해 1억2900만원이던 관련 예산을 내년에 130억3800만원으로 100배 이상 올려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증액 요구분 129억900만원을 전액 삭감해야 한다는 주장이고,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한 푼도 깎을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기재위에서 합의가 안 되면 예결위에서라도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관계자는 “통계청 예산이 예산안 처리의 주요 이슈로 떠오른 것은 이례적”이라고 했다.

가계동향조사는 소득과 지출부문을 통합 작성하다 작년부터 이를 분리했다. 소득부문은 올해부터 없애고 소득통계를 ‘가계금융·복지조사’로 대체하는 게 당초 정부 계획이었다. 가계동향조사는 분기별로, 가계금융·복지조사는 1년에 한 번 발표된다. 가계금융·복지조사는 국세청 등의 자료를 토대로 소득을 파악하지만 가계동향조사는 응답자가 직접 기입하는 방식이라 정확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저소득층은 실제 소득보다 많게, 고소득층은 적게 기입하는 경향이 있어서다.

하지만 지난해 새 정부가 들어서고 소득주도성장을 핵심 경제정책으로 내세우자 정부와 여당 일각에서 “소득주도성장 홍보를 위해 분기별로 발표되는 소득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없애기로 했던 조사가 계속됐고 올 1~3분기 소득분배 지표가 역대 최악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자 정부는 소득과 지출부문을 다시 통합하는 식으로 조사 방식을 바꾸고 표본도 변경하겠다고 지난 9월 발표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통계 품질이 떨어져 없애기로 했던 조사를 다시 살려야 할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