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품종은 산업혁명 이전까지 7000종이 넘었다. 이 중 현재 남아있는 사과는 100여 종뿐이다. 경제적 논리로 많은 품종이 사라졌다. 한국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과는 2종뿐이다. 홍로와 부사.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인도, 국광, 홍옥 등 훨씬 많은 품종이 있었지만 자취를 감췄다.

[책마을] 셰프·교수…음식 전문가 10人, '먹는 행위'의 가치를 논하다
음식이 배고픔을 해결하는 수단이었을 때 수많은 과일과 육류, 채소가 사과와 같은 과정을 겪었다. 대부분 먹거리는 빠르게, 많이 생산하는 게 목적이었다. ‘음식과 생존’의 문제가 해결되면서 사람들은 더 맛있게 먹는 법, 더 건강하게 먹는 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품종을 요구하는 소비자도 등장했다. 스페인 이베리코 돼지, 유럽의 납작복숭아(사진), 제주산 레드망고 등이 비싼 값에도 불티나게 팔리는 이유다.

《음식의 가치》는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이 1년6개월간 진행한 음식 전문가 10인의 특강 내용을 모은 책이다. ‘음식의 가치’를 어떻게 발굴하고 담아낼 것인가를 고민하고, 과학적 관점에서 본 음식의 가치와 그 본질이 무엇인지 담아냈다. 서은경 작가가 강연자 10인을 인터뷰한 내용도 실렸다. △음식의 가치를 전달하는 사람들 △음식의 가치를 창조하는 사람들 △음식의 가치를 탐구하는 사람들 등 주제는 크게 세 가지다.

[책마을] 셰프·교수…음식 전문가 10人, '먹는 행위'의 가치를 논하다
10인의 전문가는 생산자에서 셰프, 외식사업가, 과학자까지 다양하다.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문정훈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 교수는 음식의 가치와 그 소비 문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레스토랑 ‘더훈’의 송훈 셰프, 한식 요리연구가 박종숙 원장, 지속 가능한 축산업을 실현하는 성우농장의 이도헌 대표, 외식기업 월향의 이여영 대표는 음식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현장 경험담을 풀어놓는다. 식품공학자 최낙언 대표, 《생각하는 식탁》의 저자 정재훈 약사, 식품 관능전문가인 조완일 센소메트릭스 대표는 과학계가 바라보는 맛의 세계를 탐색한다.

‘미식과 탐식의 역사’ 편에서는 인류가 불을 사용해 음식을 익혀 먹기 시작한 때부터 시작해 1970년대 프랑스의 누벨퀴진이 등장하게 된 배경, 유럽을 휩쓴 분자요리와 노르딕퀴진까지 들여다본다. ‘돼지농장 이야기와 우리 농축산업의 지속가능성’ 편에는 금융업과 정보기술(IT)업에 종사하던 이도헌 대표가 8명의 직원과 함께 돼지 방목에 도전하는 스토리를 담았다.

‘더불어 행복한 음식과 사회적 소비’ 편에서 문정훈 교수는 “배부른 음식, 맛있는 음식, 건강한 음식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그 이상의 가치를 찾는 문화적 소비가 필요하다”며 “음식의 문화적 소비는 내가 방금 먹은 이 음식이 어디서 왔고, 어떻게 생산됐는지 관심을 갖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서은경·문정훈 등 지음, 예문당, 396쪽, 1만8000원)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