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맨 오른쪽)이 제30회 아산상 수상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마이클 리어던 조셉 이시돌농촌산업개발협회 이사장, 이재훈 씨, 허보록 신부, 정 이사장.  /아산재단 제공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맨 오른쪽)이 제30회 아산상 수상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마이클 리어던 조셉 이시돌농촌산업개발협회 이사장, 이재훈 씨, 허보록 신부, 정 이사장. /아산재단 제공
“개인이나 사회단체가 내 볼일 먼저 다 보고 난 뒤 남은 것으로 나보다 불우한 사람을 돕겠다고 하면 생애를 마치는 날까지 단 한 사람도 제대로 돕지 못할 것이다.”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은 22일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서 열린 ‘제30회 아산상’ 시상식에서 고(故) 정주영 아산사회복지재단 설립자의 말을 소개했다.

이날 시상식에서 정 이사장은 대상을 받은 이시돌농촌산업개발협회에 상패와 상금 3억원을 전달했다. 그는 “이시돌농촌산업개발협회 설립자인 고 맥그린치 신부와 선친은 여유가 있어 남을 도운 것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이어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일랜드 출신인 맥그린치 신부는 1954년 협회를 세우고 목장, 사료공장, 방직공장 등을 운영하며 얻은 수익으로 복지시설을 꾸렸다. 일자리를 제공하고 무료 진료도 했다. 마이클 리어던 조셉 신부가 이사장을 맡아 고인의 뜻을 잇고 있다. 정 이사장은 “맥그린치 신부가 소속됐던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정신은 ‘사회에서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현장에서 함께한다’인데 이는 ‘우리 사회의 가장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아산재단의 설립정신과 일치한다”고 덧붙였다.

정 이사장은 “선친은 당시 가난이 필설로 형언할 수 없는 지경이어서 아침에는 조반을 해먹고 점심은 굶고 저녁에는 콩죽으로 넘기다가 봄이면 그나마 양식도 다 떨어져 초근목피로 목숨을 부지해야 했다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기업을 운영하면서도 여유있는 삶이 아니었지만 다른 이를 돕기 위해 재단을 세웠다는 설명이다.

이날 의료봉사상은 2005년부터 13년간 아프리카 오지를 다니며 이동진료를 한 의사 이재훈 씨(51)가 받았다. 사회봉사상은 25년간 가정해체나 경제적인 이유로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의 아버지가 돼준 프랑스 출신 허보록 신부(59)가 받았다. 의료봉사상과 사회봉사상 상금은 각각 1억원이다.

1977년 세워진 아산재단은 41년 동안 국내 복지 증진을 위해 2827억원을 지원했다. 그동안 재정 지원 등을 받은 사회복지단체는 4615곳, 의료비 지원을 받은 환자는 63만 명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