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일로 예정된 미국과 중국 간 정상회담에 대한 주식시장의 관심이 뜨겁다. '미중 무역전쟁' 이슈가 그간 세계 증시를 억눌러온 만큼, 두 정상 간 합의가 이뤄질 경우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미중 정상회담이 끝나면 두 정상이 직접 만날 일은 한동안 없다. 다가올 회담의 결과가 주식시장의 흐름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하인환 SK증권 시황담당 연구원은 23일 "주식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것은 미국과 중국의 극적인 타협"이라며 "G2(미국·중국)가 서로 양보해 무역전쟁이라는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베스트 시나리오"라고 판단했다.

히자만 G2가 합의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하 연구원은 내다봤다. 그는 "만약 합의가 이뤄질 경우에는 상승 랠리가 나타날 수는 있지만,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미국과 중국이 지금까지 합의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중국제조 2025'와 관련돼 있다는 것. 하 연구원은 "이것은 중국의 '질적인 성장'을 위한 계획"이라며 "중국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필수적인 계획이지만, 이를 포기하고 미국에 굴복할 경우엔 사실상 '제2의 플라자합의'가 되는 셈"이라고 했다.

장기간에 걸쳐 중국의 성장 둔화가 본격화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위안화의 절상 또는 절하는 사실 그 다음 문제라는 게 하 연구원의 분석이다.

하 연구원은 "G2의 합의가 주식시장에 호재가 되기 위해서는 시진핑 주석이 아닌, 트럼프 대통령이 양보해야 한다"면서 "시진핑 주석이 양보해서 합의가 이뤄질 경우 증시는 상승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은 지난 20일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기술 탈취'에 대해 지적했는데 이는 얼마 전 중국이 미국 측에 제안했던 142 개 양보안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3~4 개 큰 사안이 빠져 있다'라고 언급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라며 "미국과 중국이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것은 바로 '기술 탈취' 부분"이라고 부연했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