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우의 부루마블] 덩치 키우느라…게임 본질 잊은 '지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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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부스, 관람객 늘리는데 집중
게임 본질인 '재미 놓쳤다' 평가
"유명 개인방송인 의존도 높다" 지적도
게임 본질인 '재미 놓쳤다' 평가
"유명 개인방송인 의존도 높다" 지적도
지스타의 선정성을 언급한 기사가 나간 다음 날. 한 통의 이메일이 날아들었다. 기사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는 이메일과 달리 한 줄의 질문이 담겨 있었다. "기자님, 게임의 본질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머릿속이 하얘졌다. 본질이 뭘까.
가장 먼저 생각난 단어는 '재미'였다. 뒤이어 '여가', '소통' 등이 떠올랐지만 '재미'를 대신하지 못했다. 나흘이 지난 현재까지 '게임의 본질은 재미'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메일을 보낸 이에게 답장을 보냈지만 대답이 없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를 다시 떠올렸다. 올해 지스타에는 나흘간 역대 최대 관람객인 23만5082명이 방문했다. 세계 4위 게임시장의 위상을 드러내며 대성공을 거뒀다.
'하는 게임에서 보는 게임으로 변했다', '클라우드업체의 역량이 커졌다', '모바일게임이 대세로 자리잡았다' 등의 평가가 나왔다. 그런데 뭔가 허전했다. 게임의 본질인 '재미'에 대한 언급은 한마디도 없었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도 '역대 최고로 재밌는 지스타'였다고 평가하지 않았다.
'올해 지스타, 재미 있었나요?' 지스타에 다녀온 이들에게 물었다. 일반 관람객부터 게임업체 관계자까지 다양했지만 대답은 한결 같았다. "솔직히 재미는 없었어요."
재미는 주관적인 평가다. 누군가는 코스튬 플레이와 e스포츠를 '보는 재미'를 느꼈을 수 있고, 어떤이는 출시되지 않은 게임을 '하는 재미'를 경험했을 수 있다. 지스타가 재미 없었다고 단정할 순 없다. 하지만 지스타의 본질이 '재미'에 맞춰져 있지 않았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유명 개인방송인이 방문하고 e스포츠 행사가 열렸다고 재미가 강조된 게 아니라는 말이다.
인상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지스타가 게임보다 오락에 빠졌다"는 평가다. 사실 게임과 오락은 같은 말이다. 영어인 게임을 한자로 번역하면 오락이 된다. 그러나 두 단어에 씌워진 이미지는 전혀 다르다. 게임이 정해진 룰을 통해 재미와 즐거움, 성취감을 얻는 의미라면, 오락은 순간의 즐거움을 쫒는 유흥에 가깝다. 지스타가 게임의 본질에서 벗어나 잠깐의 유흥만 쫓고 있다는 것이다.
지스타에 대한 가장 많은 쓴소리는 '외연 확장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콘텐츠의 다양성 보다 참가 부스, 관람객 수를 늘리는데 의존하면서 게임의 본질인 재미를 놓쳤다는 지적이다. '콘텐츠 다양성이 부족하다', '전시회 주제와 업체 부스가 따로 놀았다', '유명 개인방송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등의 평가가 따라 붙는 이유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지스타의 무게가 게임 외적인 것으로 옮겨가고 있다. 방문객들의 시선도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며 "이같은 흐름이 계속된다면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게임의 본질인 '재미'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가장 먼저 생각난 단어는 '재미'였다. 뒤이어 '여가', '소통' 등이 떠올랐지만 '재미'를 대신하지 못했다. 나흘이 지난 현재까지 '게임의 본질은 재미'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메일을 보낸 이에게 답장을 보냈지만 대답이 없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를 다시 떠올렸다. 올해 지스타에는 나흘간 역대 최대 관람객인 23만5082명이 방문했다. 세계 4위 게임시장의 위상을 드러내며 대성공을 거뒀다.
'하는 게임에서 보는 게임으로 변했다', '클라우드업체의 역량이 커졌다', '모바일게임이 대세로 자리잡았다' 등의 평가가 나왔다. 그런데 뭔가 허전했다. 게임의 본질인 '재미'에 대한 언급은 한마디도 없었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도 '역대 최고로 재밌는 지스타'였다고 평가하지 않았다.
'올해 지스타, 재미 있었나요?' 지스타에 다녀온 이들에게 물었다. 일반 관람객부터 게임업체 관계자까지 다양했지만 대답은 한결 같았다. "솔직히 재미는 없었어요."
재미는 주관적인 평가다. 누군가는 코스튬 플레이와 e스포츠를 '보는 재미'를 느꼈을 수 있고, 어떤이는 출시되지 않은 게임을 '하는 재미'를 경험했을 수 있다. 지스타가 재미 없었다고 단정할 순 없다. 하지만 지스타의 본질이 '재미'에 맞춰져 있지 않았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유명 개인방송인이 방문하고 e스포츠 행사가 열렸다고 재미가 강조된 게 아니라는 말이다.
인상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지스타가 게임보다 오락에 빠졌다"는 평가다. 사실 게임과 오락은 같은 말이다. 영어인 게임을 한자로 번역하면 오락이 된다. 그러나 두 단어에 씌워진 이미지는 전혀 다르다. 게임이 정해진 룰을 통해 재미와 즐거움, 성취감을 얻는 의미라면, 오락은 순간의 즐거움을 쫒는 유흥에 가깝다. 지스타가 게임의 본질에서 벗어나 잠깐의 유흥만 쫓고 있다는 것이다.
지스타에 대한 가장 많은 쓴소리는 '외연 확장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콘텐츠의 다양성 보다 참가 부스, 관람객 수를 늘리는데 의존하면서 게임의 본질인 재미를 놓쳤다는 지적이다. '콘텐츠 다양성이 부족하다', '전시회 주제와 업체 부스가 따로 놀았다', '유명 개인방송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등의 평가가 따라 붙는 이유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지스타의 무게가 게임 외적인 것으로 옮겨가고 있다. 방문객들의 시선도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며 "이같은 흐름이 계속된다면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게임의 본질인 '재미'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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