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르노 '곤회장 후임 지명' 통보…닛산 '지명 자격없다'며 거부"
닛산의 '지분구조 변화' 구상에 佛정부 "변경시점 아니다" 일축


일본 닛산자동차가 비리 혐의로 검찰에 체포된 카를로스 곤 회장을 해임하면서 '르노-닛산 연합'의 경영 주도권을 둘러싼 양측의 물밑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여기에 르노를 사실상 지배하는 프랑스 정부가 가세하면서 경영권 싸움을 프랑스와 일본과의 전선으로 확대하는 양상이다.

지난 22일 닛산측의 곤 회장 해임에 앞서 닛산의 최대주주인 르노는 닛산 이사회에 자신들이 곤 회장의 후임 회장을 지명하겠다는 의향을 전했지만 닛산측이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르노측의 이런 요구에 대해 닛산측은 "르노가 후임 회장을 지명할 자격이 없다"고 반발했다.

이는 닛산측 경영진이 르노와 닛산 간의 불공평한 주식 보유 지분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한 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르노는 닛산의 주식 43.4%를 보유하고 있다.

닛산은 르노의 주식 15%, 미쓰비시자동차의 주식 34%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르노의 지분 15%를 보유하면서 연합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런 만큼 르노측이 지명한 인사가 닛산 회장으로 취임하면 '불공평한 지분 구조 변경'이라는 닛산측의 계획을 관철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는 것이다.

사이카와 히로토(西川廣人) 닛산 사장은 르노와의 제휴관계를 계속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닛산 내부에서는 경영에 대한 르노측의 영향력 행사가 너무 심하다는 불만이 팽배해 있다.
"지분구조 바꾸자" vs "안된다"…닛산-르노 경영권 싸움 본격화
이와 관련해 로이터는 르노가 곤 회장의 해임을 보류라는 요구도 했지만 닛산측은 이를 강행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닛산의 경영에 대한 르노의 관여 문제를 둘러싸고 양측간 논란은 더욱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닛산 내에서 르노 지분 확대 등을 통해 불평등한 지분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나오는 데 대해 프랑스 정부가 즉각 가능성을 차단하는 등 '르노-닛산 연합'의 향후 경영 주도권을 놓고 갈등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 당국자는 22일(현지시간) "우리는 지금은 가령 닛산이 르노에 대한 지분을 늘리는 등의 소유관계 또는 기업연합의 변경을 시도할 시점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왔다"고 말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경제장관과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일본 경제산업상은 22일 회담하고 "르노-닛산 연합이 협력관계를 유지하기를 양국 정부는 강하게 지지한다"는 공동성명을 냈다.

그러나 이런 공식 입장과 달리 르노 경영을 좌우하는 프랑스 정부는 닛산에 대한 르노의 지배를 더욱 공고히 하려 하고, 닛산은 지분구조 개선을 통해 홀로서기를 시도하고 있어 양측간 경영권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분구조 바꾸자" vs "안된다"…닛산-르노 경영권 싸움 본격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