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국진 프로테옴텍 대표(사진)는 "우리는 세계 최다 알레르기 유발물질 진단키트와 세계 최초 항체정량 현장진단키트를 개발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임 대표는 연세대에서 생화학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고 20여 년간 LG생명과학에서 백신과 진단을 개발하다가 2010년 프로테옴텍을 그의 은사인 김유삼 연세대 생화학과 교수로부터 인수하며 사업을 시작했다.
김 교수를 포함해 교수 3명이 2000년 공동 창업한 프로테옴텍은 단백질을 활용해 암을 진단하는 기술을 연구하는 기업이었다. 그러나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던 와중에 2010년 김 교수가 백신과 진단 영역에 풍부한 경험이 있는 임 대표에게 회사를 맡아달라고 제안했다. 임 대표는 새롭게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에 이를 수락했다.
인수 당시 직원은 5명뿐이었다. 자금을 모으기 위해 타 기업의 연구를 대행하는 업무를 했다. 국가 연구 과제도 적극적으로 따냈다. 아토피 피부염 진단키트, 호흡기성 알레르기 진단키트 등 수주한 대부분의 국가 연구 과제를 제품화하는 데 성공했다. 임 대표는 "사업화 성공률이 높아 매년 국가로부터 연구개발비 20억원 이상을 받고 있다"고 했다.
프로테옴텍이 가장 먼저 내놓은 제품은 2014년 출시한 알레르기 진단키트 '프로티아 알레르기-Q' 시리즈다. 이 제품은 알레르기 유발물질 50여 종을 한 번에 검사할 수 있다. 이 회사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특허기술인 '병렬식 라인형 다중진단 기술(PLA)'을 적용해 검사할 수 있는 알레르기 유발물질 수를 꾸준히 늘렸다.
PLA는 칩 하나에 검출선을 병렬로 배열하는 것이다. 지난 1월 출시한 프로티아 알레르기-Q 96M은 세계 최다인 107종의 알레르기 유발물질에 대한 반응을 파악할 수 있다. 히타치, 바이오체크 등 해외 기업 제품보다 2배 이상 많다. 임 대표는 "세계 알레르기 진단 시장 규모는 2조원가량"이라며 "이 제품으로 5년 안에 5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했다.
PLA의 적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게 임 대표 설명이다. 국가별로 차별화한 알레르기 진단 키트, 음식물 과민반응 진단키트, 반려동물용 알레르기 진단키트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세계 최초의 항체정량 현장진단키트(POCT) '이뮨첵 IgG'도 주목할 만하다. 2015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신의료기술평가 심사 과정에 있다. 이뮨첵 IgG는 체내 면역단백질의 양을 측정해 피검자의 면역력을 정량 평가하는 제품이다.
기존 제품은 환자 혈액을 대량 채취해 전문 검사실에 보내 결과를 기다려야 해 2~3일이 걸렸다. 이뮨첵 IgG는 극소량의 혈액으로 20분 안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위음성 문제를 완전히 해결한 3줄 임신진단키트 '트리첵'은 국내는 물론 미국, 중국 등 해외에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위음성이란 임신을 했는데도 임신을 하지 않았다고 진단하는 것이다. 기존 제품은 2줄로 돼 있는데 임신호르몬의 농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테스트선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간혹 발생한다.
트리첵은 선을 하나 추가해 임신호르몬의 농도를 나타낼 수 있게 했다. 2016년 국내 허가를 완료한 트리첵은 올해 출시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는 내년 중에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달 국내 바이오벤처 칸젠을 통해 중국 시네윈 파마그룹에 10년 동안 2000억원 규모의 제품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세계 임신진단키트 시장 규모는 업계 추산 1조5000억원이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벤처캐피탈 투자 120억원, 정부 지원금 100억원을 받았다. 전체 직원 60명 가운데 연구인력이 25명(41%)이다. 매출의 50%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해왔다. 프로테옴텍은 국내보다 해외를 겨냥하고 있다. 현재 20여 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임 대표는 "2016년부터 제품 매출이 본격적으로 잡히기 시작했다"며 "내년 예상 매출액은 180억원"이라고 밝혔다. 그는 "진단 영역을 기반으로 추후 백신, 신약으로 보폭을 넓힐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