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단계적·동시적 문제 해결 필요성" 거듭 공감
북한의 대미협상 실무 책임자인 최선희 외무성 부상(차관)이 평양 주재 대사 등 러시아 인사들을 만나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주북 러시아 대사관이 23일 밝혔다.

대사관은 이날 자체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생산적 논의'라는 제목의 글에서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한 러시아) 대사가 22일 최선희 부상을 만났다"며 "논의 과정에서 양측은 북미대화 프로세스와 관련한 한반도 상황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했다.

특히 논의 내용과 관련해 대사관은 "현재 존재하는 문제들을 단계적(phased), 동시적(synchronized) 접근법에 기초해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공통의 견해가 피력됐다"고 설명했다.

면담은 편안하고 개방적인 분위기에서 이뤄졌으며, 러시아의 핵문제 연구소인 '에너지·안보센터' 안톤 흘로프코프 소장도 참여했다고 대사관은 덧붙였다.

흘로프코프 소장은 20∼23일 방북했다.

마체고라 대사는 이전에도 북·러 관계가 아니라 핵 협상과 대미업무를 담당하는 최선희 부상을 만나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바 있다.

현재 북한 외무성에서 러시아 업무를 맡은 부상은 최근 유럽1국 국장에서 승진한 임천일이다.

미국과 비핵화·평화체제 구축 협상과 관련해 북한이 러시아와 비교적 빈번하게 소통하며 입장을 조율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한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자주 방북하고 있는 흘로프코프 소장은 앞서 평양 주재 타스 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미국과 한국의 상응 조치 없이 일방적으로 자체 핵무기를 제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비핵화 문제에서 추가적 진전을 위해서는 상호주의와 모든 협상 참여국의 국가적 이익에 대한 존중 원칙이 적용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북·러가 모두 주장해온 '단계적·동시적' 접근법이 이번 면담에서도 거듭 거론된 것으로 볼 때 양측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미국의 상응 조치가 필요하다는데 입장을 같이한 것으로 보인다.

최선희 부상은 지난 10월 모스크바에서 북중러 3자 협의에 참석한 뒤 이렇다 할 공개 활동을 하지 않았다.

자신의 미국 측 카운터파트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회담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