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류됐던 2심 변론 재개…"상당수 사망·위독" 소송수계 신청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결론을 대법원이 미뤄 둔 사이 하급심에 계류돼 있던 다른 사건의 피해자들도 승소 확정판결을 받지 못한 채 눈을 감고 있다.

23일 서울고법 민사13부(조한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곽모씨 등의 일본 신일철주금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속행 공판에서 원고 측 대리인은 소송수계 절차를 진행해달라고 요청했다.

소송수계란 유족 등 새로운 당사자가 소송을 이어받는 것이다.

원고 측 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는 "곽씨가 지난해 8월 사망하시는 등 원고 7명 중 상당수가 사망하셨거나 위독하신 것으로 확인됐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곽씨 등 이 사건의 원고들은 태평양전쟁 당시 신일철주금의 전신인 국책 군수업체 일본제철의 가마이시제철소(이와테현)와 야하타제철소(후쿠오카현) 등에 강제 동원된 피해자들이다.

이는 지난달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신일철주금이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원을 배상하라"는 원심판결을 확정한 사건과 사실상 동일한 취지의 사건이다.

앞서 2012년 대법원에서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하자 다른 피해자들도 용기를 내 2013년 제기한 소송이어서 '2차 소송'으로 불린다.

곽씨 등은 2015년 1심에서 "신일철주금이 1억원씩을 배상하라"는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후 항소심 재판부는 앞선 1차 소송의 재상고심 결론이 나올 때까지 판결을 보류했으나 확정판결은 하염없이 미뤄졌다.

최근에서야 사법농단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로 확정판결이 늦어진 배경이 드러나고 있다.

당시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 고위 간부들이 청와대 인사 등과 만나 소송 결과를 바꾸거나 진행을 미루는 방안을 논의한 정황이 발견된 것이다.

결국 1차 소송은 제기된 지 13년 8개월 만인 올해 10월에야 확정판결이 났다.

그 사이 4명의 원고 중 3명이 사망해 이춘식(94)씨만 살아서 선고를 들을 수 있었다.

1차 소송은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법언(法諺)의 대표적 사례로 남게 됐다.

1차 소송의 최종 선고가 지연된 여파로 2차 소송의 원고 7명 중에도 이미 6명이 사망하고 1명은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제징용 피해자 중 극소수만이 결론을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원고들의 사망 소식을 들은 재판부도 "변론을 종결하고 12월에 선고하려 했었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한 뒤 소송수계를 위해 내년 1월 다시 변론기일을 열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