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혈관 질환으로 인한 돌연사가 늘어나는 시기다. 날씨가 추워지면 체내 온도를 높이기 위해 혈관이 수축한다. 따뜻한 실내에서 갑자기 추운 실외로 나가면 혈액의 흐름이 바뀌어 혈관이 갑자기 터지거나 혈관 속을 다니던 찌꺼기가 혈관을 막아 심뇌혈관 질환이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 한겨울에는 이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 대부분 잘 대비하지만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요즘 같은 시기에는 방심하다 돌연사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혈관 질환에 잘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 빠른 대처가 중요하다. 119에 신고해 구급차를 부르고 심장이 멈춰 의식을 잃은 환자에게는 심폐소생술을 시행해야 한다. 늦가을과 초겨울 주의해야 하는 질환인 급성 심근경색과 뇌졸중에 대해 알아봤다.
갑자기 팔·다리 힘이 쭉 빠지거나 말 어눌해지면 뇌졸중 의심해봐야
혈액 돌지 않아 심장근육 죽는 병

급성 심근경색은 관상동맥이 막혀 혈액이 돌지 않아 심장근육이 죽는 병이다. 날씨가 추워져 혈관이 수축하면 발생 위험이 커진다. 급성 심근경색은 돌연사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급성 심근경색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국내 환자는 2013년 7만7256명에서 지난해 10만600명으로 급증했다. 여성보다 남성 환자가 3배 정도 많았다.

심장 근육은 관상동맥이라고 부르는 세 줄기의 혈관을 통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는다. 평생 펌프질을 하면서 혈액을 전신으로 보내준다. 관상동맥에 문제가 생기면 심장 근육으로 산소와 영양분이 공급되지 않고 심장이 멈출 위험이 커진다. 급성 심근경색은 기온이 낮을수록 환자가 늘어난다. 고령 환자들이 기온의 영향을 더욱 많이 받는다. 대개 여름에 환자가 줄지만 아직 급성 심근경색 발생과 기후와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완전히 입증되지 않았다.

흡연, 비만, 운동 부족, 가족력 등이 급성 심근경색 발생에 영향을 준다. 담배를 하루에 한 갑 피우는 남성은 급성 심근경색 위험이 3배 정도 높다. 흡연하는 여성은 이보다 더 위험하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여성보다 6배 정도 위험하다. 비만과 운동 부족도 영향을 준다. 살이 쪘거나 운동하지 않는 사람은 10~50%까지 급성 심근경색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전적 영향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가족 중 급성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등 관상동맥 질환 환자가 있으면 급성 심근경색 위험이 40~60% 정도 높아진다. 가족 중 60세 이전에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사람이 있으면 자신도 환자가 될 위험이 높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병원 빨리 찾는 것이 중요

급성 심근경색은 증상이 생긴 뒤 2시간 안에 병원에 도착해야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국내 급성 심근경색 환자는 대개 140분이 지나서야 병원에 도착한다. 병원 도착 전에 사망하거나 완치가 어려운 상태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다는 의미다. 증상이 나타나면 빨리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 응급실로 이동해야 한다. 119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주형준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급성 심근경색이 왔을 때는 골든타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급성 심근경색으로 인한 사망은 증상 발현 후 1시간 이내”라고 했다.

심근경색 환자가 병원을 찾으면 혈관을 넓히는 치료를 한다. 나이가 많거나 당뇨병이 있는 환자, 심장 기능에 원래 문제가 있는 환자는 치료 결과가 좋지 않은 편이다. 치료 결과에 영향을 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의료기관에 도착했을 때 환자의 상태다. 쇼크에 빠진 상태로 병원을 찾으면 생존율이 크게 떨어진다.

혈관을 넓히는 응급치료를 받은 뒤에는 질환이 재발하지 않도록 약을 먹어야 한다. 혈관을 넓히기 위해 스텐트(가는 관)를 넣었다면 혈전(피떡)을 녹이는 약을 복용해야 한다. 스텐트에 혈전이 생겨서 혈관이 다시 막히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급성 심근경색을 막기 위해서는 건강 수칙을 꼭 지켜야 한다. 담배는 끊고 술은 하루 한두 잔 이하로 줄여야 한다. 음식은 싱겁게 먹고 가능한 한 매일 30분 이상 운동한다. 날씨가 추울 때는 실내운동을 하는 것이 낫다.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를 정기적으로 측정하고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 등을 꾸준히 치료해야 한다.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고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생기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명치나 턱끝이 아프거나 소화가 안 되고 속이 쓰린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도 있다. 주 교수는 “심근경색 위험요소인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발생을 조기에 발견 및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뇌혈관 터지거나 막히는 뇌졸중

뇌졸중도 주의해야 한다. 뇌졸중은 혈관이 터지는 뇌출혈과 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으로 나뉜다. 갑자기 마비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 심한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한쪽 눈이 안 보인다고 하거나 한쪽에만 마비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뇌경색으로 뇌세포에 혈액 공급이 멈추면 신체기능에 문제가 생긴다. 심하면 사망에 이를 위험이 크다. 환자 대부분이 말이 어눌해지고 얼굴근육이나 몸이 잘 움직여지지 않는 증상을 호소한다. 전 세계 인구 여섯 명 중 한 명은 일생 동안 뇌졸중을 경험한다는 통계도 있다. 뇌졸중이 생기면 환자 세 명 중 한 명에게 한쪽 마비, 언어 장애, 감각 장애, 인지기능 장애 등이 남는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심장병, 경동맥협착증 등은 뇌졸중의 주요한 위험인자다. 비만 때문에 동맥경화와 고지혈증이 있어도 뇌졸중이 생기기 쉽다. 동맥경화는 혈관 안쪽 막에 콜레스테롤이 쌓이고 내피세포가 증식해 혈관이 좁아지는 질환이다. 고지혈증은 혈액 속 나쁜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가 증가하는 것이다. 정기 건강검진을 통해 이 같은 위험인자가 있는지 미리 확인해야 한다.

갑자기 팔·다리 힘이 쭉 빠지거나 말 어눌해지면 뇌졸중 의심해봐야
뇌졸중 환자들이 빈번하게 호소하는 증상은 팔과 다리에 힘이 빠지는 마비 증상이다. 양쪽에 마비가 생기는 것보다는 오른쪽이나 왼쪽 등 한쪽에 마비가 생기는 환자가 더 많다. 증상이 갑자기 생겼다가 시간이 지나면 나아진다. 걸을 때 갑자기 중심을 잡기 어려워지는 증상도 뇌졸중 증상 중 하나다. 갑자기 언어 장애, 인지기능 장애, 치매가 생기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증상이 생기면 바로 119에 연락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아야 한다. 의식이 없는 환자라면 넥타이, 벨트 등을 푼 뒤 편하게 눕혀야 한다. 구토를 하면 토사물이 기도로 넘어가지 않도록 얼굴을 옆으로 돌려줘야 한다. 김한영 건국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정신을 잃은 환자에게 찬물을 끼얹거나 손을 따는 등의 민간요법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우황청심환 등 약이나 물을 억지로 먹이려고 하다가는 기도로 넘어가 질식이나 흡인성 폐렴을 유발할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고 했다.

bluesky@hankyung.com

도움말=주형준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김한영 건국대병원 신경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