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반을 조사하니 20세 정도의 여성이었다. 키는 105㎝가량이었으며 침팬지 수준인 400㏄ 정도의 뇌 용량을 가졌다. 가장 중요한 특징은 무릎 구조와 척추 만곡. 과학자들은 이 뼈의 주인공이 수직 보행 구조를 갖춰 인간과 비슷한 형태라고 결론지었다. 그날 밤 조사단 멤버들은 획기적인 발견을 기념해 파티를 열었다. 배경음악으로 비틀스의 곡 ‘루시 인 더 스카이 위드 다이아몬드’가 흘러나왔고, 조사단 중 한 명이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보다 쉬운 ‘루시’라고 부르자고 제안했다. ‘최초의 인간’으로 불리는 ‘루시’란 별칭은 이렇게 탄생했다. 루시는 이후 30년 동안 가장 완벽한 형태로 발견된 인류 화석의 위치를 차지하며 인류의 기원을 밝히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조핸슨은 이후에도 1975년 13명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가 모여 있는 ‘인류 최초의 가족’을, 1986년 탄자니아에서 180만 년 전의 호모하빌리스를 발견하는 등 인류학 연구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