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EQ900
제네시스 EQ900
대형 세단 시장에서는 연말연시 임원 인사 시기가 ‘대목’으로 통한다. 승진 및 인사이동으로 자리를 옮긴 임원들로 인해 법인차 수요가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연말을 앞두고 ‘사장님 차’로 불리는 대형 세단 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시장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현대·기아자동차와 틈새를 파고들려는 수입차업계의 치열한 눈치싸움이 시작됐다.

G90, 하루 만에 2700여 대 사전예약

선공에 나선 것은 현대차의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다. 제네시스는 오는 27일 EQ900의 부분변경 모델 G90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름을 바꿔 시장에 내놓는 만큼 부분변경이지만 완전변경 수준으로 디자인이 바뀌었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현대차는 지난 8일 기자단을 대상으로 G90을 먼저 공개하는 행사를 열었다. 사진 촬영은 금지됐고 대외적으로는 티저(맛보기) 사진만 배포했다. G90의 실물을 본 기자들은 한 가지 공통된 반응을 보였다. ‘차가 젊어졌다’는 것. 중후하고 위압감 넘치는 에쿠스의 이미지 대신 젊고 세련된 제네시스의 느낌으로 변신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G90은 전면부에 ‘크레스트 그릴’이라는 방패 모양을 본뜬 그릴을 달아 이전 모델과 차별화했다. 전면부와 측면부, 후면부에 있는 램프(등)의 높이를 맞춰 안정감 있는 느낌을 강조한 것도 특징이다. 후면부에는 있던 날개 엠블럼은 GENESIS(제네시스) 글자로 바뀌었다. 색상도 다양해졌다. 기존 7개 외장 색상에 세 가지 색상이 추가됐다.

G90은 지난 12일부터 사전계약을 받기 시작했다. 첫날에만 2774대가 계약됐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EQ900과 기아차 K9의 월평균 내수 판매대수를 합친 1638대의 약 1.7배에 달하는 수치다. 현대차 관계자는 “주요 그룹 고위임원과 중견그룹 최고경영자(CEO) 사이에서 G90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내년 완전변경을 앞두고 있는 신형 G80에 대한 문의도 덩달아 늘었다”고 말했다.
기아자동차 더 K9 실내 디자인
기아자동차 더 K9 실내 디자인
반격 준비하는 K9과 수입차업계

G90에 앞서 대형 세단 시장에 파란을 일으킨 기아차의 2세대 신형 K9은 기존 흥행을 계속해서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기아차가 지난 4월 선보인 신형 K9은 7개월 연속 월 판매량 1000대를 넘어섰다. 누적 판매량은 1만 대를 돌파했다. 1세대 K9이 출시 이후 13개월 만에 1만 대를 돌파한 것과 비교해 5개월 이상 빠른 속도다. 기아차가 올해 판매 목표로 제시한 1만2000대 판매도 초과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아차는 연말까지 적극적인 프로모션을 통해 판매량을 사수한다는 방침이다.
렉서스 신형 ES300h
렉서스 신형 ES300h
수입차업계에선 도요타의 고급차 브랜드 렉서스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렉서스는 지난달 7세대 신형 ES300h를 선보이며 ‘사장님 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첫달부터 1633대가 팔리며 단숨에 수입차 시장 모델별 판매 순위 2위에 올랐다. ES300h는 G90과 K9에 비해서는 차체 크기가 작고 배기량도 적은 편이다. 하지만 내부 인테리어를 고급화하고 정숙성을 끌어올려 국산 대형 세단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각각 S클래스와 7시리즈를 앞세워 국산 대형 세단 수요를 흡수한다는 계획이다. 과거와 비교해 수입차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면서 국산차 대신 수입차 구매를 고려하는 ‘사장님’들을 적극적으로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아우디도 내년에 대형 세단 A8을 국내 시장에 선보이고, 벤츠 BMW와 본격적인 경쟁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