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 "마음의 빚 갚겠다"…경영권 승계 도운 친족에 '깜짝 증여'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이 친족들에게 그룹 지주사인 SK(주) 주식을 증여한 것은 SK가(家) 특유의 사촌경영 때문이란 분석이다. SK의 전신인 선경 창업주는 최 회장의 큰 아버지인 고(故) 최종건 회장이다. 최 창업주가 1973년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최 창업주의 동생이자 최태원 회장의 부친인 고 최종현 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승계했다. 당시 최 창업주의 아들인 고 최윤원 SK케미칼 회장과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나이가 어린 점도 감안했다.

최종현 회장이 1998년 타계하면서 또다시 경영권 승계 문제가 불거졌다. 당시 최윤원 회장은 양가의 2세 5형제(최윤원·최신원·최창원·최태원·최재원)가 모인 가족모임에서 맏형 자격으로 최태원 회장의 경영 능력이 가장 뛰어나다고 판단, 최태원 회장이 대주주들의 대표권을 위임받도록 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은 경영권을 양보한 사촌 형인 최윤원 회장에게 정신적인 빚을 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이 가장 많은 주식(166만 주)을 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에게 증여한 것은 미안한 마음을 주식 증여를 통해서라도 표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최 부회장은 현재 수석부회장이란 직함은 있지만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가 2016년 7월 출소한 후에는 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 최 부회장은 부친인 최종현 회장 타계 당시 열린 가족회의에서 형의 경영권 강화를 위해 자신이 받을 상속 지분을 최태원 회장에게 넘겼다. 최태원 회장은 과거 “동생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투자로 돈을 벌어 나눠주고 싶었다”는 뜻을 밝힌 적도 있다.

이번 증여로 최태원 회장의 SK(주) 지분율은 기존 23.12%에서 18.44%로 낮아졌다.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 지분율도 7.46%에서 7.27%로 감소했다. 최 부회장은 형에게 받은 주식으로 지분율 2.36%를 확보하면서 3대 주주로 뛰어올랐다. 업계에서는 이번 증여로 최 부회장 등 친족들이 내야 할 증여세가 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증여세로는 사상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박상익/김보형/조재길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