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인간' 한경 안효주 기자의 하루
다음날 급히 출근길을 나선다. 어제 상쾌환을 먹었는데도 머리는 띵하다. 아차, 휴대폰 충전 케이블을 놓고 왔다. 오늘은 전화 취재 일정이 꽉 찬 날이다. 배터리라도 떨어지면 큰일이다. 두리번거리며 편의점을 찾는다. 보통 3분 거리 안에 편의점이 하나는 보이기 마련. 회사 앞 CU에 들러 종종걸음으로 아이폰용 케이블을 집어든다. 온 김에 회사에서 틈틈이 먹을 간식도 찾아본다. 오늘은 ‘CU 백종원 찐빵’을 먹어볼까. 신상품이라 그런지 이것도 ‘2+1’ 행사 중이다. 주저 없이 집어든다. 나 하나 먹고 선배들에게 건넨다. 한 개 가격만 더 치렀는데도 두 명에게 생색을 낼 수 있어 기분이 좋다.
마트는 가본 지 오래다. 필요한 게 있으면 골목길 편의점에서 바로바로 사고, 해치워버리는 게 나 같은 자취 생활 직장인들의 일상이 된 지 오래다. 한 번은 온라인으로 장을 잔뜩 본 적이 있다. 유통기한이 지나도록 끝내지 못했다. “다시는 대량 구매를 하지 않을 거야…”라고 다짐했다.
배고픔에 잠들 수 없는 늦은 밤, 주저 없이 집을 나선다. 세븐일레븐에서 닭꼬치를 쥐어들기 위해서다. 혼밥을 후딱 해치우고 싶은 주말엔 GS25에 뛰어간다. 자체상표(PB) 상품으로 내놓은 ‘대게딱지장’은 여전히 내 인생 반찬이다. 여기까지 26세 안효주 기자의 편의점 일상이다.
편의점은 나 같은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생)의 ‘놀이터’다. 신한카드 빅데이터본부와 한국경제신문이 지난해 9월부터 올 8월까지 1년간 신용카드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밀레니얼은 대형마트(4.0%)나 슈퍼마켓(3.6%)보다 편의점(4.7%)을 더 많이 찾고 있었다. 누구보다 편의점을 자주 찾는 사람들도 밀레니얼이다. X세대(1970~1980년생·11.3%), 386세대(1961~1969년생·10.7%)보다 훨씬 많다.
20~30대로 대표되는 우리 밀레니얼 세대가 좀 더 나이 들었을 땐 편의점을 멀리하게 될까. 지금도 이마트24에서 사온 요거트를 퍼먹으며 이 기사를 쓰고 있는 나로선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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