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화재로 '치안공백' 우려…경찰 내부통신 먹통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경찰·소방·KT·한전 합동조사 착수
25일 오전 9시반께 남대문경찰서 민원실에서 전화가 울렸다. 담당자가 수화기를 들자 전화가 끊겼다. 남대문경찰서 관계자는 “통신이 불안정해 오늘 아침 내내 이런 식으로 전화가 끊기고 있다”며 “야간 당직자에게 통신마비 상황을 전달받지 못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통신망 장애로 남대문경찰서에서는 뜬금없이 112 비상벨이 울리는 등 오작동하기도 했다.
지난 24일 발생한 KT 아현기지국 화재로 중구, 용산, 마포, 서대문 일대 경찰서 통신망이 모두 먹통이 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의 관할 통신사업자가 KT여서다. 24일 오후 통신망이 부분 복구된 남대문경찰서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용산경찰서는 아예 전화연결조차 되지 않았다. 주말에 사건·사고가 몰리는 이태원, 남대문 등 지역 치안 업무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청 관계자는 “서대문경찰서, 마포경찰서, 남대문경찰서, 용산경찰서, 중부경찰서 다섯 곳의 통신이 막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KT 측에 우선 복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해결되지 않고 있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통신이 마비된 일대에서 경찰이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통신은 무전 뿐이다.
통신망이 마비되면서 경찰 치안서비스의 핵심인 112시스템도 먹통이 됐다. 원래는 112 신고가 들어가면 먼저 서울지방경찰청이 사건을 접수한 뒤 관할 경찰서에 연결해준다. 각 경찰서에서 담당 부서에 사건을 배분한다. 그러나 이런 시스템을 이용하지 못하게 되면서 25일 기준 서울지방경찰청에서 112 신고를 접수한 뒤 담당자에게 직접 무전으로 연결해주고 있다. 한 일선 경찰은 “무전으로 직접 연결하다보니 아무래도 담당자를 일일이 찾는 등 애를 먹고 있다”며 “이런 날 큰 사건이 터지면 업무가 마비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또다른 경찰관은 “112시스템이 마비돼서 경찰서 내부 시스템도 다운됐다”며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지령 내려오길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화재 당일인 24일에는 급기야 경찰 상황조회 핸드폰인 ‘폴리폰’도 먹통이 됐다. 폴리폰은 경찰이 신고현장에서 피의자 신원, 사건, 수배, 교통상황 등을 곧바로 조회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다. 폴리폰을 이용하지 못하면 피의자를 경찰서로 인계한 뒤 내부 시스템을 통해 조회해야 하는 등 업무처리가 길어진다.
경찰 통신 시스템에 예비통신망이 없다는 게 문제로 꼽힌다. 실제로 경찰청은 예비통신망으로 SK텔레콤을 쓰고 있어서 통신에 별다른 지장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에 따르면 전국 지방청 중 예비통신망을 이용하고 있는 곳은 한 곳도 없다. 한 경찰 관계자는 “통신이 마비됐을 때 경찰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경찰, 소방, KT, 한국전력 등 4개 기관은 25일 오전 10시 30분부터 합동 현장조사에 돌입했다. 화재 발생 이후 첫 공동 조사인 만큼 당국은 육안으로 화재 현장을 살폈다. 당국은 이날 조사를 토대로 정확한 원인 파악을 위한 합동 감식에 들어간다.
소방당국은 이번 화재로 광케이블·동 케이블 150m가 불에 타고, 건물 내부 300㎡가 불에 그을리는 등 80억 원가량의 재산피해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 중구·서대문구·용산구·마포구·은평구 일대 유선전화, 인터넷, IPTV,카드 결제, 이동전화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다.
황창규 KT 회장은 이날 오전 11시께 화재현장을 찾아 "관련 기관과 협의해 이번 사고로 피해를 입은 개인 및 소상공인 등 고객들에 대해 적극적인 보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KT에 따르면 오전 10시 50분 기준 이동전화기지국은 53%, 일반 인터넷(카드결제 포함) 회선 77%가 복구됐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지난 24일 발생한 KT 아현기지국 화재로 중구, 용산, 마포, 서대문 일대 경찰서 통신망이 모두 먹통이 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의 관할 통신사업자가 KT여서다. 24일 오후 통신망이 부분 복구된 남대문경찰서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용산경찰서는 아예 전화연결조차 되지 않았다. 주말에 사건·사고가 몰리는 이태원, 남대문 등 지역 치안 업무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청 관계자는 “서대문경찰서, 마포경찰서, 남대문경찰서, 용산경찰서, 중부경찰서 다섯 곳의 통신이 막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KT 측에 우선 복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해결되지 않고 있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통신이 마비된 일대에서 경찰이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통신은 무전 뿐이다.
통신망이 마비되면서 경찰 치안서비스의 핵심인 112시스템도 먹통이 됐다. 원래는 112 신고가 들어가면 먼저 서울지방경찰청이 사건을 접수한 뒤 관할 경찰서에 연결해준다. 각 경찰서에서 담당 부서에 사건을 배분한다. 그러나 이런 시스템을 이용하지 못하게 되면서 25일 기준 서울지방경찰청에서 112 신고를 접수한 뒤 담당자에게 직접 무전으로 연결해주고 있다. 한 일선 경찰은 “무전으로 직접 연결하다보니 아무래도 담당자를 일일이 찾는 등 애를 먹고 있다”며 “이런 날 큰 사건이 터지면 업무가 마비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또다른 경찰관은 “112시스템이 마비돼서 경찰서 내부 시스템도 다운됐다”며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지령 내려오길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화재 당일인 24일에는 급기야 경찰 상황조회 핸드폰인 ‘폴리폰’도 먹통이 됐다. 폴리폰은 경찰이 신고현장에서 피의자 신원, 사건, 수배, 교통상황 등을 곧바로 조회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다. 폴리폰을 이용하지 못하면 피의자를 경찰서로 인계한 뒤 내부 시스템을 통해 조회해야 하는 등 업무처리가 길어진다.
경찰 통신 시스템에 예비통신망이 없다는 게 문제로 꼽힌다. 실제로 경찰청은 예비통신망으로 SK텔레콤을 쓰고 있어서 통신에 별다른 지장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에 따르면 전국 지방청 중 예비통신망을 이용하고 있는 곳은 한 곳도 없다. 한 경찰 관계자는 “통신이 마비됐을 때 경찰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경찰, 소방, KT, 한국전력 등 4개 기관은 25일 오전 10시 30분부터 합동 현장조사에 돌입했다. 화재 발생 이후 첫 공동 조사인 만큼 당국은 육안으로 화재 현장을 살폈다. 당국은 이날 조사를 토대로 정확한 원인 파악을 위한 합동 감식에 들어간다.
소방당국은 이번 화재로 광케이블·동 케이블 150m가 불에 타고, 건물 내부 300㎡가 불에 그을리는 등 80억 원가량의 재산피해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 중구·서대문구·용산구·마포구·은평구 일대 유선전화, 인터넷, IPTV,카드 결제, 이동전화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다.
황창규 KT 회장은 이날 오전 11시께 화재현장을 찾아 "관련 기관과 협의해 이번 사고로 피해를 입은 개인 및 소상공인 등 고객들에 대해 적극적인 보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KT에 따르면 오전 10시 50분 기준 이동전화기지국은 53%, 일반 인터넷(카드결제 포함) 회선 77%가 복구됐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