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독립(탈중국)’을 추구하는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의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이 지난 24일 치러진 대만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10개 안건에 대한 국민투표에서도 집권 민진당의 ‘대만 독립’과 ‘진보’ 성향 정책들이 줄줄이 된서리를 맞았다.

이번 국민투표에서 2020년 도쿄올림픽 등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 ‘차이니스 타이베이’가 아닌 ‘대만(Taiwan)’으로 이름을 바꾸자는 조항은 부결됐다. ‘차이니스’ 꼬리표를 뗄 것인지를 결정한 이번 투표는 대만인들에게 사실상 중국으로부터의 독립 의지를 묻는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다수의 대만인은 현상 유지를 선택했다.

차이 총통 집권 이후 지속해온 ‘탈중국화’ 정책에 따른 대만인들의 피로감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16년 독립 성향의 차이 총통이 취임하고 난 뒤 중국 정부는 외교·군사·경제적으로 대만을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고 양안(중국-대만) 간 긴장이 크게 높아졌다.

대만 유권자들이 올림픽 참가국 명칭을 ‘대만’으로 바꾸면 선수들이 올림픽 출전권을 박탈당하는 등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점을 걱정했다는 해석도 있다. 투표에 앞서 국제올림픽위원회(ICO)는 대만 올림픽위원회에 참가국 명칭을 변경하면 올림픽에 나갈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세 차례나 경고했다.

대만 유권자들은 동성 결혼 허용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5개 안건에는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민법상 혼인 주체를 남녀로 제한해야 한다’(민법상 동성결혼 금지 유지)는 안건이 통과됐다. 대만이 아시아 국가 처음으로 동성 결혼을 법으로 허용하는 국가가 될 것이란 당초의 예측은 빗나갔다. 다만 민법 외에 다른 방식으로 동성의 공동생활을 보장해야 한다는 안건은 가결됐다. 동성 결혼에 대한 국민투표는 작년 5월 대만 대법원이 동성 결혼을 금지한 대만 민법의 혼인 규정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리면서 2년 안에 관련법을 수정 또는 제정하라고 권고한 데 따라 이뤄졌다.

22개 현과 시에서 치러진 시장 선거에서 여당인 민진당 당선자는 4년 전 13명에서 6명으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야당인 국민당 소속 당선자는 6명에서 15명으로 늘었다. 행정구역 면적 기준으로 민진당이 차지한 면적은 4년 전 63%에서 23%로 줄었다.

가장 관심이 집중됐던 남부 가오슝시장 선거에서는 한궈위(韓國瑜) 국민당 후보가 53.8%를 득표해 천치마이(陳其邁) 민진당 후보(44.8%)를 눌렀다. 대만 제2의 도시인 가오슝은 지난 20년간 단 한 차례도 민진당이 시장 자리를 내주지 않았던 곳이다. 차이 총통이 선거 직후 민진당 주석(대표)에서 사퇴하겠다고 한 것에 가오슝시장 선거 결과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간선거 성격의 이번 지방선거 패배로 차이 총통의 2020년 재선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대만의 선거 결과에 대해 민의가 반영된 결과라며 대만 독립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마샤오광 중국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번 투표 결과는 양안 관계의 평화와 발전의 혜택을 공유하려는 대만 민중의 강한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며 “중국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분리주의자들에 대해 단호히 반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