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국민투표를 통해 탈(脫)원전 정책을 폐기하기로 했다. 지난해 8월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사태가 빚어진 뒤 탈원전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는 대만 내 여론이 들끓은 데 따른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벤치마킹한 대만, 국민투표로 '脫원전' 폐기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지난해 1월 법 조문까지 고쳐 확정한 탈원전 정책은 2년을 넘기지 못하고 폐기 절차를 밟게 됐다. 최근 국내에서도 탈원전 정책을 재검토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대만의 국민투표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문재인 정부는 대만 사례 등을 참고해 탈원전 정책을 추진해왔다.

25일 대만 중앙선거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민투표에서 ‘2025년까지 모든 원전 가동을 중단토록 한 전기사업법 조문 폐지에 동의하는가’를 묻는 안건에 전체 유권자의 29.84%(유효 투표 참가자의 59.49%)인 589만5560명이 찬성하면서 가결 처리됐다. 대만 국민투표는 찬성자가 전체 유권자의 25% 이상이고 투표자의 과반이 동의하면 통과된다. 대만 정부는 3개월 안에 국민투표 결과를 반영한 법안을 입법원(의회)에 제출해야 하고 입법원은 이를 심의해 통과시킬지 결정한다.

탈원전을 추진한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은 지방자치단체장을 뽑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했다. 22개 현과 시에서 치러진 시장 선거에서 6명의 시장을 배출하는 데 그쳤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13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차이 총통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민진당 주석(대표)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대만 언론은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국민당을 지지해서라기보다는 경제 성적 부진과 탈원전 정책 등 민진당의 국정 운영 실패에 대한 국민의 누적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김형규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