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시각] 신축적 통화정책이 어려워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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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기에 선행하는 우리 경제
모든 걸 고려하면 통화정책 失期
오류 수정하며 목표에 접근해야"
신민영 <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 >
모든 걸 고려하면 통화정책 失期
오류 수정하며 목표에 접근해야"
신민영 <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 >
2주일 전 나온 통계청장의 “작년 2분기쯤 경기 정점 추정” 언급은 현재 국내경기가 하강국면에 있음을 거의 기정사실화한다. 정부의 공식적인 판단이니만큼 당연히 신중해야 하겠지만, 새해 계획의 실행을 불과 한 달여 앞둔 현장에서는 경기와 관련한 시그널이나 주의보가 제때 제시되지 않아 답답해하는 목소리가 나올 법도 하다.
두 눈을 부릅뜨고 국내외 경제와 정세 변화를 주시해야 할 필요성은 진작부터 제기돼 왔다. 각국 경제가 촘촘히 연결된 오늘날 주요국들의 경기변동도 대체로 같은 방향으로 함께 움직이는 경향인데, 그 가운데서도 한국이 맨 앞에 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산출하는 경기선행지수를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말과 이듬해 초, 그리고 유로존 재정위기 충격을 받은 2011년 이후 경기의 상승반전에서 우리나라가 먼저였다.
지난해 상반기 이후 나타나고 있는 각국 지수의 하락반전 국면에서도 우리는 맨 앞이었다. 반면 미국은 올해 2분기에서야 하락흐름으로 돌아서기 시작했는데, 하락폭이 크지 않고 여전히 장기 평균치인 100을 상회하고 있어 경기호조세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의 경기하강 국면에서 우리나라와 시차가 1년이 넘는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세계 경제의 분업구조에서 한국 경제가 차지하는 위치 혹은 역할과 깊이 관련된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전기·전자 부문의 비중만 해도 30%가 넘는데, 이들 중 대부분이 최종소비재가 아니라 중간재에 해당한다. 즉 최종소비재 생산자로부터 발주 받거나 사전구매에 의해 이뤄지는 중간재 생산은 그 제품의 최종소비 시점보다 일정 기간 앞서게 된다.
또 한 가지 요인으로 ‘리먼 사태’와 같은 대형 위기가 발생한 이후의 환율변동을 꼽을 수 있다. 즉 위기 시 국제 투자자본이 미국 등 선진국으로 환류하면서 원화가치가 크게 떨어진 영향으로 수출이 크게 늘어 실물경기가 다른 주요국들보다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다.
세계 경기에 대한 우리 경제의 선행성이 정책당국이 행하는 최적의 상황판단과 이에 따른 의사결정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특히 실행과 그 효과의 적시성(適時性)이 중요시되는 경기조절수단으로써 통화정책의 경우는 더욱 그럴 것이다. 통화정책의 실제 운용에서 국내 물가, 경기 및 금융·외환시장 상황, 세계 경제의 흐름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look-at-everything approach)’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경우 자칫 통화정책을 실기(失期)할 가능성이 생겨난다. 예를 들어 다른 주요국들의 경기둔화 여부까지 폭넓게 확인하고자 하는 신중함의 결과로 기준금리 인하시기를 놓칠 수 있으며, 그 반대 방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여기에 전 세계가 실시간으로 동조화돼 있다시피 한 금융시장 반응까지 고려하면, 셈법은 더욱 복잡해지고 통화정책 당국의 액션 또한 발을 떼기가 힘들어진다.
2000년 이후 우리나라 정책금리 움직임을 보면, 예컨대 미국에 비해 상당히 변화가 작았던 것으로 나타난다. 경제성장률 변동 정도를 감안하더라도 변동성이 매우 낮은 일본보다는 다소 높지만 유로존보다는 낮다. 기준금리 의사결정에 따르는 복잡성과 그 고충을 충분히 공감한다 하더라도, 우리 정책금리가 경기변동에 신축적으로 대응했는지에 대해서는 동의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사업에서든 나라살림에서든 만전지계(萬全之計)의 성공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요즘 많이 회자되는 ‘애자일(agile·민첩성)’의 미덕을 단지 신속한 대응에서만 찾을 것이 아니다. 부단히 오차와 오류를 찾고 전략이나 정책을 재수정함으로써 목표에 한걸음 접근하고자 하는 의지와 실행이라는 미덕에도 주목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두 눈을 부릅뜨고 국내외 경제와 정세 변화를 주시해야 할 필요성은 진작부터 제기돼 왔다. 각국 경제가 촘촘히 연결된 오늘날 주요국들의 경기변동도 대체로 같은 방향으로 함께 움직이는 경향인데, 그 가운데서도 한국이 맨 앞에 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산출하는 경기선행지수를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말과 이듬해 초, 그리고 유로존 재정위기 충격을 받은 2011년 이후 경기의 상승반전에서 우리나라가 먼저였다.
지난해 상반기 이후 나타나고 있는 각국 지수의 하락반전 국면에서도 우리는 맨 앞이었다. 반면 미국은 올해 2분기에서야 하락흐름으로 돌아서기 시작했는데, 하락폭이 크지 않고 여전히 장기 평균치인 100을 상회하고 있어 경기호조세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의 경기하강 국면에서 우리나라와 시차가 1년이 넘는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세계 경제의 분업구조에서 한국 경제가 차지하는 위치 혹은 역할과 깊이 관련된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전기·전자 부문의 비중만 해도 30%가 넘는데, 이들 중 대부분이 최종소비재가 아니라 중간재에 해당한다. 즉 최종소비재 생산자로부터 발주 받거나 사전구매에 의해 이뤄지는 중간재 생산은 그 제품의 최종소비 시점보다 일정 기간 앞서게 된다.
또 한 가지 요인으로 ‘리먼 사태’와 같은 대형 위기가 발생한 이후의 환율변동을 꼽을 수 있다. 즉 위기 시 국제 투자자본이 미국 등 선진국으로 환류하면서 원화가치가 크게 떨어진 영향으로 수출이 크게 늘어 실물경기가 다른 주요국들보다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다.
세계 경기에 대한 우리 경제의 선행성이 정책당국이 행하는 최적의 상황판단과 이에 따른 의사결정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특히 실행과 그 효과의 적시성(適時性)이 중요시되는 경기조절수단으로써 통화정책의 경우는 더욱 그럴 것이다. 통화정책의 실제 운용에서 국내 물가, 경기 및 금융·외환시장 상황, 세계 경제의 흐름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look-at-everything approach)’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경우 자칫 통화정책을 실기(失期)할 가능성이 생겨난다. 예를 들어 다른 주요국들의 경기둔화 여부까지 폭넓게 확인하고자 하는 신중함의 결과로 기준금리 인하시기를 놓칠 수 있으며, 그 반대 방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여기에 전 세계가 실시간으로 동조화돼 있다시피 한 금융시장 반응까지 고려하면, 셈법은 더욱 복잡해지고 통화정책 당국의 액션 또한 발을 떼기가 힘들어진다.
2000년 이후 우리나라 정책금리 움직임을 보면, 예컨대 미국에 비해 상당히 변화가 작았던 것으로 나타난다. 경제성장률 변동 정도를 감안하더라도 변동성이 매우 낮은 일본보다는 다소 높지만 유로존보다는 낮다. 기준금리 의사결정에 따르는 복잡성과 그 고충을 충분히 공감한다 하더라도, 우리 정책금리가 경기변동에 신축적으로 대응했는지에 대해서는 동의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사업에서든 나라살림에서든 만전지계(萬全之計)의 성공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요즘 많이 회자되는 ‘애자일(agile·민첩성)’의 미덕을 단지 신속한 대응에서만 찾을 것이 아니다. 부단히 오차와 오류를 찾고 전략이나 정책을 재수정함으로써 목표에 한걸음 접근하고자 하는 의지와 실행이라는 미덕에도 주목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