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협상 일단락…英 의회 비준 등 불확실성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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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의회, 'EU 탈퇴법'따라 내달 10일께 합의안 승인 여부 표결
과반 획득 가능성 불확실…부결시 조기총선·제2 국민투표 가능성도 유럽연합(EU)이 2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특별정상회의에서 브렉시트(Brexit) 합의문을 공식 추인했다.
이에 따라 EU 역사상 첫 회원국 탈퇴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왔다.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해 영국이 EU와 아무런 미래관계를 맺지 못하고 내년 3월 29일 무질서하게 EU와 결별하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 가능성도 줄었다.
그러나 양측 앞에는 여전히 험난한 비준절차가 남아있다.
협상 테이블에서 돌아선 영국과 EU는 이제 의회를 설득해 합의문을 통과시켜야 한다.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합의안에 만족하지 못한 영국 정치권에서 반발이 커지고 있어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합의안이 의회의 벽을 넘지 못할 경우 영국과 유럽이 어떤 운명에 처할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재협상이나 영국의 브렉시트 제2 국민투표 또는 조기총선 가능성, '노 딜' 브렉시트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지만, 어느 시나리오를 따르더라도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 브렉시트 합의 도달…공은 양측 의회로
영국과 EU 간 브렉시트 합의문은 우선 영국 의회의 벽을 넘어야 한다.
올해 제정된 'EU 탈퇴법'은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해 영국 상하원이 이를 먼저 살펴보고 하원이 반드시 이를 승인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영국은 오는 12월 10일 또는 11일께 이번 합의안에 대한 하원 표결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영국 하원 의원은 총 650명이다.
이중 하원의장과 부의장 등 투표권이 유예된 이들을 제외하면 639명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브렉시트 합의 통과를 위한 과반의 기준은 320표가 된다.
영국 의회에서 합의안을 승낙하면 내년 1월께 'EU 탈퇴협정' 법안이 의회에 제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별도로 EU도 합의안 승인을 위해서는 EU 의회에서 과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다만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개별국에서 별도로 비준 절차를 거치지는 않는다.
이것까지 마무리되면 영국은 내년 3월 29일 23시(그리니치표준시·GMT)를 기해 EU를 탈퇴한다.
다만 영국과 EU는 브렉시트의 원활한 이행을 위해 2020년 말까지 전환(이행)기간을 두기로 했다. ◇ 영국 의회서 부결시 재협상? '노 딜'?
문제는 이번 합의안이 첫 번째 관문인 영국 의회 표결에서 부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현재 영국 집권 보수당 하원의원은 하원의장 등을 제외하면 315명인 만큼 보수당 전체가 브렉시트 합의안에 찬성하더라도 단독 가결을 위한 320표 확보는 불가능하다.
특히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은 이번 합의안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같은 브렉시트 강경론자는 보수당 내에서 60∼80명으로 추정된다.
스코틀랜드국민당(35명), 자유민주당(12명), 웨일스민족당(4명), 녹색당(1명) 등은 이미 반대 의사를 밝혔다.
보수당과 사실상의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북아일랜드의 연방주의 정당인 민주연합당(DUP·10명) 역시 이번 합의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수차례 강조해왔다.
제1야당인 노동당(257명)에서 이번 합의안을 지지하는 이탈표가 나오더라도 메이 총리가 320표를 모으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의회에서 합의안이 부결되면 영국은 더 큰 혼란과 분열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정해진 항로가 없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는 EU 탈퇴법에 따라 일단 합의안 부결 시 21일 이내에 향후 계획에 대해 밝혀야 한다.
다시 1주일 내에 관련 법안을 제출해야 한다.
메이 총리가 재협상에 나서 합의안을 수정한 뒤 이를 토대로 다시 표결에 부칠 가능성이 우선 제기된다.
의회의 벽을 넘지 못한 만큼 브렉시트 제2 국민투표를 열 가능성도 있다.
노동당은 중심으로 조기총선 개최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브렉시트 협상은 합의에 이르렀지만, 의회 비준을 받지 못해 '노 딜' 상태로 영국이 EU를 탈퇴하는 최악의 방안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 ◇ 영국-EU 미래관계 협상도 갈등 예고
만약 브렉시트 합의안이 양측 의회 비준을 받아 내년 3월 29일을 기해 전환기간에 돌입하더라도 모든 것이 마무리되는 것은 아니다.
양측은 앞서 일종의 '이혼조건'을 담은 585쪽 분량의 EU 탈퇴협정과 함께 양측 간 통상, 규제, 안보 협력 등 미래관계의 큰 틀을 담은 26쪽 분량의 '미래관계 정치선언'에 합의했다.
'미래관계 정치선언'은 말 그대로 선언문 수준에 불과하다.
양측은 이를 토대로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한 구체적인 협정을 마련하기 위한 후속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양측은 정치선언에서 높은 수준의 규제 및 관세 협력을 결합한 자유무역지대(free trade area)를 포함해 포괄적인 경제 협력 관계를 추구하기로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란'이다.
이제부터 협상을 통해 채워나갈 수밖에 없는 만큼 이 과정에서 또 다른 힘겨루기가 불가피하다.
EU 탈퇴협정의 최대 쟁점이었던 아일랜드-북아일랜드 국경 문제 역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
양측은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하드 보더'(Hard Border·국경 통과 시 통행과 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피하기 위해 미래관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안전장치'(backstop) 방안에 합의했다. 그러면서 브렉시트 전환기간 종료를 반년 가량 앞둔 2020년 7월 양측이 무역협정을 포함한 미래관계 협상을 계속 진행할지, '안전장치'를 이행할지, 아니면 전환기간을 연장할지 등 3가지 옵션을 검토하기로 했다.
양측은 '미래관계 정치선언'에서 '안전장치'가 실제 이용되는 일이 없도록 이를 대체할 영구적인 협정을 맺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담았지만, 실제 협상과정에서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결국 영국과 EU가 앞으로 어떤 관계를 맺을지는 내년 3월 이후 본격화할 협상에 달린 셈이다.
사상 초유의 EU 회원국 탈퇴 실험은 마침표를 찍지 못한 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연합뉴스
과반 획득 가능성 불확실…부결시 조기총선·제2 국민투표 가능성도 유럽연합(EU)이 2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특별정상회의에서 브렉시트(Brexit) 합의문을 공식 추인했다.
이에 따라 EU 역사상 첫 회원국 탈퇴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왔다.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해 영국이 EU와 아무런 미래관계를 맺지 못하고 내년 3월 29일 무질서하게 EU와 결별하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 가능성도 줄었다.
그러나 양측 앞에는 여전히 험난한 비준절차가 남아있다.
협상 테이블에서 돌아선 영국과 EU는 이제 의회를 설득해 합의문을 통과시켜야 한다.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합의안에 만족하지 못한 영국 정치권에서 반발이 커지고 있어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합의안이 의회의 벽을 넘지 못할 경우 영국과 유럽이 어떤 운명에 처할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재협상이나 영국의 브렉시트 제2 국민투표 또는 조기총선 가능성, '노 딜' 브렉시트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지만, 어느 시나리오를 따르더라도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 브렉시트 합의 도달…공은 양측 의회로
영국과 EU 간 브렉시트 합의문은 우선 영국 의회의 벽을 넘어야 한다.
올해 제정된 'EU 탈퇴법'은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해 영국 상하원이 이를 먼저 살펴보고 하원이 반드시 이를 승인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영국은 오는 12월 10일 또는 11일께 이번 합의안에 대한 하원 표결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영국 하원 의원은 총 650명이다.
이중 하원의장과 부의장 등 투표권이 유예된 이들을 제외하면 639명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브렉시트 합의 통과를 위한 과반의 기준은 320표가 된다.
영국 의회에서 합의안을 승낙하면 내년 1월께 'EU 탈퇴협정' 법안이 의회에 제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별도로 EU도 합의안 승인을 위해서는 EU 의회에서 과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다만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개별국에서 별도로 비준 절차를 거치지는 않는다.
이것까지 마무리되면 영국은 내년 3월 29일 23시(그리니치표준시·GMT)를 기해 EU를 탈퇴한다.
다만 영국과 EU는 브렉시트의 원활한 이행을 위해 2020년 말까지 전환(이행)기간을 두기로 했다. ◇ 영국 의회서 부결시 재협상? '노 딜'?
문제는 이번 합의안이 첫 번째 관문인 영국 의회 표결에서 부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현재 영국 집권 보수당 하원의원은 하원의장 등을 제외하면 315명인 만큼 보수당 전체가 브렉시트 합의안에 찬성하더라도 단독 가결을 위한 320표 확보는 불가능하다.
특히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은 이번 합의안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같은 브렉시트 강경론자는 보수당 내에서 60∼80명으로 추정된다.
스코틀랜드국민당(35명), 자유민주당(12명), 웨일스민족당(4명), 녹색당(1명) 등은 이미 반대 의사를 밝혔다.
보수당과 사실상의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북아일랜드의 연방주의 정당인 민주연합당(DUP·10명) 역시 이번 합의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수차례 강조해왔다.
제1야당인 노동당(257명)에서 이번 합의안을 지지하는 이탈표가 나오더라도 메이 총리가 320표를 모으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의회에서 합의안이 부결되면 영국은 더 큰 혼란과 분열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정해진 항로가 없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는 EU 탈퇴법에 따라 일단 합의안 부결 시 21일 이내에 향후 계획에 대해 밝혀야 한다.
다시 1주일 내에 관련 법안을 제출해야 한다.
메이 총리가 재협상에 나서 합의안을 수정한 뒤 이를 토대로 다시 표결에 부칠 가능성이 우선 제기된다.
의회의 벽을 넘지 못한 만큼 브렉시트 제2 국민투표를 열 가능성도 있다.
노동당은 중심으로 조기총선 개최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브렉시트 협상은 합의에 이르렀지만, 의회 비준을 받지 못해 '노 딜' 상태로 영국이 EU를 탈퇴하는 최악의 방안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 ◇ 영국-EU 미래관계 협상도 갈등 예고
만약 브렉시트 합의안이 양측 의회 비준을 받아 내년 3월 29일을 기해 전환기간에 돌입하더라도 모든 것이 마무리되는 것은 아니다.
양측은 앞서 일종의 '이혼조건'을 담은 585쪽 분량의 EU 탈퇴협정과 함께 양측 간 통상, 규제, 안보 협력 등 미래관계의 큰 틀을 담은 26쪽 분량의 '미래관계 정치선언'에 합의했다.
'미래관계 정치선언'은 말 그대로 선언문 수준에 불과하다.
양측은 이를 토대로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한 구체적인 협정을 마련하기 위한 후속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양측은 정치선언에서 높은 수준의 규제 및 관세 협력을 결합한 자유무역지대(free trade area)를 포함해 포괄적인 경제 협력 관계를 추구하기로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란'이다.
이제부터 협상을 통해 채워나갈 수밖에 없는 만큼 이 과정에서 또 다른 힘겨루기가 불가피하다.
EU 탈퇴협정의 최대 쟁점이었던 아일랜드-북아일랜드 국경 문제 역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
양측은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하드 보더'(Hard Border·국경 통과 시 통행과 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피하기 위해 미래관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안전장치'(backstop) 방안에 합의했다. 그러면서 브렉시트 전환기간 종료를 반년 가량 앞둔 2020년 7월 양측이 무역협정을 포함한 미래관계 협상을 계속 진행할지, '안전장치'를 이행할지, 아니면 전환기간을 연장할지 등 3가지 옵션을 검토하기로 했다.
양측은 '미래관계 정치선언'에서 '안전장치'가 실제 이용되는 일이 없도록 이를 대체할 영구적인 협정을 맺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담았지만, 실제 협상과정에서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결국 영국과 EU가 앞으로 어떤 관계를 맺을지는 내년 3월 이후 본격화할 협상에 달린 셈이다.
사상 초유의 EU 회원국 탈퇴 실험은 마침표를 찍지 못한 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