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탈(脫)원전 롤모델 대만의 지난 24일 탈원전 폐기안 국민투표가 통과됐다. 대만은 이르면 연내 탈원전 법안을 폐기하고 2년만에 다시 친(親)원전국가로 돌아가게 된다.

대만 중앙선거위원회는 24일 탈원전 법안 폐기를 포함해 올림픽에 중국을 뜻하는 ‘차이니스 타이베이’가 아닌 대만이라는 이름으로 나가자는 안 등 10개 안에 대해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탈원전 폐기를 묻는 국민투표는 찬성 589만5560표를 얻어 통과됐다. 대만 국민투표는 전체 유권자의 25% 이상이 동의해야 가결된다.

대만은 2016년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당선과 함께 아시아에서 최초로 탈원전을 추진했다. 차이 총통은 지난해 1월 전기사업법 95조1항에 2025년까지 가동 중인 모든 원전을 완전 중단시키는 조항을 신설하고 전체 6기의 원전 중 총 4기의 가동을 중단했다.

하지만 대만 국민들 사이에서 탈원전으로 인한 전력 공급 불안감이 커지면서 다시 원전을 가동해야한다는 여론이 커졌다. 전력 예비율이 올해 한 때 적정 수준(15%)에 크게 못 미치는 6% 수준에 머물면서다. 또 석탄발전을 줄여야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도 탈원전 폐기의 배경으로 꼽힌다. 대만 총 전력 생산에서 원전 비중은 2012년 16.1%에서 지난해 8.3%로 절반 가까이줄었다. 하지만 석탄 발전을 통한 전력 생산 비중은 같은 기간 48.5%에서 46.6%로 큰 변화가 없었다.

이번 국민투표 가결은 대만에 이어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던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늘린다는 한국 정부의 정책은 차이 총통 공약(2025년까지 신재생 비중 20%)에서 따온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신재생으로 모자란 부분은 LNG발전으로 메운다는 점도 똑같다.

이번 국민투표는 지방선거와 함께 실시됐다. 이번 선거는 차이 총통이 이끄는 민주진보당(민주당) 집권 3년차 국정 전반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짙다. 지방선거에서 민진당은 2곳의 직할시 시장 자리를 국민당에 뺏기게 됐다. 차이 총통은 전날 밤 기자회견을 통해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민진당 주석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국민투표의 충격으로 차이 총통이 국정 장악력을 잃으면서 2020년 재선 가능성도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